(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⑤원태희 “작품에 올인하는 배우 되겠다”
2014-05-14 08:30:00 2014-05-14 08:30:00
◇배우 원태희. (사진=토비스미디어)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제5회 로마 국제영화제 특별 부문 초청, 제34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공식 초청. 화려한 경력이다. 누구의 프로필일까. 영화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하정우쯤은 돼야 이야기가 될 듯하다. 반만 맞았다. 이 화려한 경력의 주인공은 '독립영화계의 하정우' 원태희다.
 
올해로 서른 여섯 살이 된 원태희는 아직 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데뷔 후 서른 편 이상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대중들에게 얼굴이 덜 알려졌을 뿐, 연기력과 잠재력에서 영화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각종 독립영화를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과 배우로서의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머지 않아 스타의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은 라이징스타다. 최근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영화 '블랙스톤'의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의 다섯 번째 주인공인 원태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로필
 
이름 : 원태희
생년월일 : 1978년 12월 13일
키 : 179cm
몸무게 : 66kg
필모그래피 : ‘라디오 드림스’, ‘최강 남매 트레이닝기’, ‘습도 0%’, '심장이 뛰네', ‘백야’, ‘지옥화’, ‘블랙스톤’
 
◇원태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아이"라고 말했다.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지금의 외모와 달리, 돌 잔치 때의 모습이 귀엽다. (사진=토비스미디어)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
 
원태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정말 평범했다"고 표현했다.
 
"공부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해서 반에서 별로 존재감 없는 학생 있잖아요? 전 항상 교탁 앞에 앉아 있었어요. 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 건 아니고 거기가 선생님들의 사각지대잖아요.(웃음)"
 
그는 "지금도 가끔 내가 어떻게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웃었다.
 
"워낙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어요. 넉살 좋게 앞에 나가서 문제를 풀거나 숙제를 안 해와도 잘 빠져나가는 아이들이 부러울 정도였죠. 전 누가 저한테 뭘 시킬까봐 무서웠거든요. 지나고 보니 저와 다른 그런 아이들을 제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걷게 된 배우의 길
 
그렇게 숫기 없었던 원태희는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을까. 원태희가 해준 얘기가 재밌다. 그는 "시작은 진짜 웃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관에 갔어요. 근데 제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탤런트 선발대회 원서에 쓸 사진을 찍으러 왔었고, 사진관 아저씨가 저와 그 사람을 착각한 거예요.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으려고 앉았는데 아저씨가 손으로 턱을 괴라고 하고, 시선을 좀 내려다 보라고 해서 전 그냥 시키는대로 했죠.(웃음)"
 
오해는 나중에 풀렸지만, 원태희가 이렇게 찍은 생애 첫 프로필 사진은 그 사진관의 고객용 앨범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너도 한번 해보면 어때?"라는 말을 들은 원태희는 "그럼 진짜 해도 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까지 영화도 별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연기에 관심이 없었던 원태희는 대학 진학 후 모델 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처음엔 막연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뒤엔 아주 하찮은 이유라도 어쨌든 이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끝까지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지옥화'의 한 장면.
 
◇파격적 작품 선택.."설명할 수 없는 느낌 있어"
 
원태희는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백야'에 출연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로 이 영화을 통해 원태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성소수자의 아픔을 다룬 영화다. 원태희는 "좋은 공부이자 훈련이 됐던 영화"라고 말했다.
 
"말을 하지 않고 눈만으로 사람의 정서, 원하는 것, 아픔을 표현해야 했어요. 대사가 있으면 연기를 잘 못해도 관객들에게 설명이 되는데 대사가 없으면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도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뒤 콜라, 팝콘과 함께 버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원태희는 아직 개봉이 확정되지 않은 영화 '지옥화'에도 출연했다. 여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파계승이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여인의 쌍둥이 언니와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 이 영화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했다.
 
이와 같이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를 마다하지 않는 원태희의 출연작 선택 기준은 뭘까.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어요. 감독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나 열망이라든지, 아니면 저를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죠. 그리고 시나리오의 개연성과 서사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살피는 편이에요."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원태희. (사진=토비스미디어)
 
◇특별했던 해외 영화제 경험
 
배우의 입장에서 해외 유명 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서는 것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원태희가 다녀온 해외 영화제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사실 제작 나온 영화를 제가 보면 연기가 좋은지 안 좋은지, 영화가 좋은지 안 좋은지 구별이 잘 안 되거든요. 그런데 해외 영화제에 가서 그렇게 큰 극장에서 보니까 '아, 좋은 건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출연작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원태희는 현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조만간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원태희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영화가 끝나고 퇴장하는데 외국 아주머니 관객이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독일 여자 관객들은 초콜릿을 사오기도 했어요. 그때가 밸런타인 데이였거든요. 또 어떤 분은 국내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제 프로필 사진을 인화해오기도 했고요."
 
원태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해외 감독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영화제를 통해 원태희의 연기를 접한 독일의 리오 샴리즈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출연을 해달라고 러브콜을 보낸 것.
 
"해외 감독들이 저를 신비스러워 하는 것 같긴 해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결국은 국내 감독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다만 리오 샴리즈 감독은 철학적인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자기를 소개할 때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를 했어요."
 
◇배우 원태희. (사진=토비스미디어)
 
◇원태희가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원태희는 데뷔 이후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히 주연을 맡으면서 활약 중이다. 해외 감독에게 러브콜도 받아봤고, 해외 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원태희의 어떤 면이 그렇게 매력적인 걸까.
 
"예전에 촬영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저렇게 눈빛이 빨리 변하는 배우는 처음 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순간 집중력과 몰입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기술적이고 양식적인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듣는 편"이라고 했다.
 
"대학교 때 신소재공학과를 다녔어요. 그때 어떤 사람들은 그냥 연극영화과를 가지 왜 시간 낭비를 하냐고 그랬죠. 그런데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연기가 좀 다를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남들처럼 똑같이 리포트를 내고, 시험을 보고,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했죠. 그런 면에서 표현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제약이 없는 것 같아요."
 
◇원태희의 첫사랑은?
 
원태현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사랑에 대해선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순수했을 때다. 당시 원태현은 학원을 함께 다니던 그림 그리던 소녀를 좋아했다고 했다.
 
"수줍게 편지를 주고 받는 그런 느낌이었죠. 추운 겨울이었는데 학원 봉고차에서 귤을 나눠먹던 중 귤을 줄까말까 망설이다가 귤이 따뜻해진 적도 있었어요."
 
그는 "어린 시절에 그림 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쪽의 친구들과 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모르게 어떤 감각들을 흡수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 아무래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자유분방하잖아요."
 
◇이송희일 감독과 원태희가 호흡을 맞췄던 영화 '백야'의 포스터.
 
◇"이송희일 감독, 눈이 하는 얘기 잘 찾아내"
 
원태희는 친분이 있는 영화계 인물로 이송희일 감독을 꼽았다. '백야'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 원태희에겐 좋은 경험이 됐다.
 
원태희는 "이송희일 감독님은 사람의 눈을 보면서 눈이 하는 얘기를 잘 찾아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슬픔을 숨긴다든지 다른 감정을 집어넣어서 복합적인 감정을 만드는 배우인데 그런 복잡한 눈빛을 지닌 배우를 감독님이 잘 찾으시는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멜로 장르의 묘한 밀고 당기기를 잘 표현하신다"고 덧붙였다.
 
◇원태희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백야' 스틸컷)
 
◇라이징스타 원태희가 톱스타가 된다면?
 
원태희에게 톱스타가 된다면 어떤 톱스타가 되고 싶냐고 물어봤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묻어나는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할 때 다음 작품은 생각하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어떤 꼬리표가 달릴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 했고요. 제가 좀 더 좋은 위치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걸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항상 '이게 끝이야', '뒤는 없어', '내가 겪어온 것과 고민한 것들을 다 쏟아붓고 끝내는 거야'라는 생각을 해요. 기본적으로 제 작품에 올인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원태희가 받고 싶은 선물은?
 
원태희는 받고 싶은 선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항공권이었다.
 
"여행을 좋아해요. 해외 영화제를 갈 때도 한 달 이상씩 배낭 여행을 하거든요. 지금은 동유럽을 가고 싶어요. 체코 아래쪽에 있는 마케도니아나 불가리아, 보스니아, 유고슬라비아 같은 곳이요."
 
두 번째는 철학책이었다.
 
"아무래도 예술영화의 감독님들이 예술성을 강조하다 보니 작품들이 동양 사상과 관련된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에 대해 계속 얘기하다 보니 저도 관심을 갖게 되고요. 그런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양 사상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하는 원태희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 하나를 추천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 '주역'의 번역과 해설이 수록돼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주 변화의 원리에 대해 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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