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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반군, 푸틴 제안 거절..유혈 충돌 위험 급증
진정성 없는 푸틴 평화 발언..제재 회피 수법
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 행사도 '단행'
2014-05-09 14:54:48 2014-05-09 14:58:5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가 친정집 어른과 다름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뭉개버리면서 긴장감이 한 층 고조됐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친러 시위대가 분리독립 선거를 연기하라는 푸틴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계획대로 오는 1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할 것이란 뜻이다.
 
이날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표방하는 분리독립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리독립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푸틴은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디디에 부르칼테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을 만난 후 "동부 지역 주민투표를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간의 대화를 위한 조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동부 시위대의 의도대로 분리 독립이 현실화하면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깜짝 평화 발언이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군경 지역에 주둔했던 군 병력도 철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군이 이날 투표 연기를 거부하면서 푸틴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의 요구가 반군에 막히면서 우크라이나 내전을 불러올 수도 있는 국민투표가 그대로 시행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도네츠크 반군 지도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런 가운데 푸틴의 말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언행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발언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분명히 군대를 물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국은 러시아 군이 국경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은 이런 서방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이날로 예정된 전승 기념일 행사를 단행키로 했다. 지난 3월에 복속한 크림반도에서도 전승 기념 행사를 열었다.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국가가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를 거리낌없이 진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의 평화 발언이 서방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한 기만책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푸틴의 의도에 반하는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러시아 정부의 동부 친러계 인사들과 내통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정 간섭에 따른 서방의 추가 제재 압박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마련하는 한편 푸틴의 말에 행동이 따르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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