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육식품 '甲질' 알고도 숨겼다
2014-04-29 14:48:55 2014-04-29 14:53:17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육식품의 오래된 가격 및 거래지역 담합 관행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2일 <뉴스토마토>는 삼육식품 총판이 지정한 거래 지역 외에서 두유 제품을 판매한 대리점에 권리금 포기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벌여왔으나 공정위가 관련 조사를 벌이고도 이같은 사실을 발견해내지 못한 채 솜방망이 처벌로 일단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육식품의 이같은 오래된 관행을 11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뉴스토마토>의 취재결과 드러났다.
 
공정위 홈페이지 상에서도 공개돼 있는 2003년 7월1일 의결서(사건번호: 2003전사0604)를 보면, 삼육식품 총판은 자신의 대리점들에 인터넷 판매업자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요구해 왔으며, 공정위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정위 2003년 삼육식품총판선교협의회의 불공정행위 관련 의결서.(자료=공정위 홈페이지)
 
그러나 지난 22일 공정위는 사실상 똑같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총판이 2011년 5월1일 정관을 개정할 때, 영업범위를 한정하고, 중앙납품, 인터넷·카탈로그 판매 등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무려 9년이나 위법 기간을 축소한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적발 기업에 부과하는 제재의 강도는 기업의 위법 기간 등을 반영한다. 공정위가 '적발'한 2년보다 실제 훨씬 길었던 삼육식품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이번에도 반영 됐다면 제재 수위는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십여년 전 똑같은 일로 피해를 입은 뒤, 지난해 1월 또 다시 총판으로부터 거래 금지를 당해 공정위에 제소한 제보자는 "2011년부터 정관을 바꿔 해당 행위를 금지토록했다는 총판의 말은 변명일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밖에 삼육식품 본사가 총판을 도와 2012년 2월6일부터 2013년 5월21일까지 총 82회에 걸쳐 인터넷 판매 등 '영업범위'를 침해한 대리점을 추적해 온 사실을 금번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으나 추적한 대리점에 삼육식품이 가한 압력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대리점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공정위 대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부인하며 "300개에 달하는 대리점 하나하나를 일일이 면담해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제보자는 "총판이 대리점과 거래를 중단하는 순간, 해당 대리점은 납품 권리가 없어져 권리금을 되찾을 수가 없는데 2003년 공정위 제소 당시 대리점 납품권(권리금)을 박탈 당한 사람이 사건에 연루돼 있었다"며 공정위가 당시에도 이미 이같은 진실을 알고 있었음을 강조했다.
 
당시 총판은 제보자가 공정위에 제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후속 조치를 취했고, 대리점주는1억1000만원의 권리금을 돌려 받을 수 있었지만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삼육식품이 똑같은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을 십여년째 되풀이하며 추가로 벌인 '갑질'을 공정위가 묵인한 채 총판에 7600만원을 물리고 삼육법인에는 시정명령만 내린 것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입장인 대리점들의 태도다. 삼육법인으로부터의 추가 피해 등을 우려한 한 대리점들은 '지역 영업권'을 지키기 위해 총판의 가격담합 등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육식품의 시정되지 않는 불공정 행보의 배후에 이목이 집중된다"며 "삼육식품의 경영주인 학교법인 삼육학원은 예수재림교단의 실질적 운영 하에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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