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들어 한국 야구에 관심을 갖는 일본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두 번 접하고 '색다른 경험했다'고 하는 차원이 아닌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응원하는 팬들이다.
이는 국내 야구계에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들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추구하고 있는 '한국야구 세계화'와도 뜻이 통한다. 통신 발달 등 원격 관람 환경 개선, 한류 열풍, 야구가 '국기(國技)로 불리울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일본 특성, 선수 교류 등이 한데 겹친 결과다.
인터넷의 중계를 통한 경기 관람과 기사를 통한 정보 교류는 기본이다. 직접 한국에 와서 직관을 하거나, 일본 전지훈련을 하는 팀의 훈련기간에 맞춰서 경기장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응원구단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뉴스토마토>는 한국계 일본인이나 재일교포가 아닌, 순수 일본인 야구 팬들을 만나봤다. 이중 롯데 팬인 와타나베 메구미씨와 NC 팬인 다나카 요시에씨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들은 한국 야구를 처음 보게 된 계기, 각자 응원팀을 향한 애정, 한국·일본 야구의 비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편집자)
◇와타나베 메구미씨는 지난 2월22일 롯데 자이언츠의 일본 스프링캠프 현장 관람을 위해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을 방문했다. 와타나베씨가 사는 오사카와 가고시마시는 항공기로 1시간30분 소요되는 먼거리에 위치한다. 사진은 와타나베씨(오른쪽)가 함께 방문한 사촌과 롯데 자이언츠 팬북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오사카에 사는 회사원인 와타나베 메구미는 부산으로 여행을 와서 사직구장에 방문한 이후로 롯데 팬이 됐다. 일본 팀인 '지바 롯데 마린스'가 아닌, 부산 연고의 한국 팀인 '롯데자이언츠'가 맞다.
각각 한·일 양국 제2의 대도시이자 임해(臨海) 공업도시란 공통점이 있는 두 곳은 항공편은 물론 정기여객선을 통한 이동편도 있다. 덕분에 상업·문화 교류도 많고 양 도시 관광객도 매년 꾸준하다.
한신 타이거즈의 오랜 팬으로서, 롯데에 처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포수 강민호 때문이지만 이제는 롯데 구단 자체가 좋다는 와타나베는 부산도 종종 방문한다.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방문은 기본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월22일 롯데의 가고시마 전지훈련 현장과 3월30일 롯데 사직 개막전 현장에서 와타나베 씨와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보충질의를 거쳤다.
◇와타나베 메구미 씨는 지난 3월30일 올해 롯데 개막전을 직접 보기 위해서 부산까지 왔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돼 결국 경기를 보지 못한 채로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 롯데 야구단이 좋은 순수 일본인 야구팬
와타나베가 롯데의 팬이 된 것은 부산에 관광왔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사직구장의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문화와 강민호의 호쾌한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전부터 한국 포털사이트의 다양한 기사와 각종 인터넷 중계를 통해 한국 야구를 접하곤 했다. 하지만 직접 야구장을 방문해 경기를 지켜본 것을 계기로 관심은 더 확대됐다. 이른바 '직관(直觀)'의 힘이다.
물론 와타나베는 한국 야구를 즐길 준비가 익히 됐던 사람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을 휩쓸었던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와타나베는 학원강습을 통해 한국어를 공부해 왔다. 야구 팬으로서 롯데 자이언츠가 어떤 구단인지도 알고 있었다.
롯데의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당시 기자와 만난 와타나베는 한국어를 쓰며 "일본에선 한국 프로야구 선수를 소개하는 책도 출판된다. 야구에 관심이 많던 차 처음에는 쉬엄쉬엄 그 책을 읽다가 조금씩 한국 야구에 빠져들었고 롯데가 눈에 띄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일본 야구단 중에선 지역 최고의 명문팀인 한신 타이거스 팬이다. 오래 전부터 한신 팬이었다"며 "그런데 롯데는 한신과 팀 운영 형태나 열성 팬들의 모습 등 여러모로 비슷하다"며 '롯데 팬'이 된 계기를 설명했다.
◇와타나베 메구미 씨는 지난 2월22일 롯데 자이언츠의 일본 스프링캠프 현장 관람을 위해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을 방문했다. 와타나베 씨가 사는 오사카와 가고시마시는 항공기로 1시간30분 소요되는 먼거리에 위치한다. 사진은 당시 가모이케구장 내야석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가고시마 전지훈련, 부산 마지막 경기와 첫 경기 챙기는 일본인 갈매기
와타나베가 본격적으로 롯데 팬으로 활동한 지도 한 시즌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선수 강민호의 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롯데 팬으로서 정체성이 형성됐고, 이제는 1군에 모습을 보이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야구의 스타일을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 '롯데 사랑'이 발전했다.
그는 롯데의 지난해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서 부산을 찾았고, 올해도 롯데의 시즌개막전을 보기 위해서 부산 사직으로 왔다.
항공비·숙박비 등을 합쳐 50만원이 넘는 많은 비용을 내면서 '롯데 자이언츠 경기 관전'이란 일념 하에 휴일에 부산을 직접 찾은 것이다.
지난 3월29일 사직 개막전은 비로 취소됐다. 3월30일 경기를 보기에는 오사카까지 돌아가는 항공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끝내 와타나베는 부산을 방문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오사카로 돌아갔다. 회사원이기에 한국에 더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부산에 오려고 오래 전에 항공권을 사고 호텔 예약도 마쳤다. 그런데 한국으로 방문하기 며칠 전부터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들려왔다"면서 "돈은 아깝지 않다. 한국의 다른 곳과 달리 롯데의 홈에서만 올해 개막 경기가 비로 열리지 않게 됐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써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녀는 "다음에 또 들르면 된다. 여름에 올 때 롯데의 순위가 높길 바란다"라며 애써 미소지었다.
와타나베는 지난 2월에도 오사카에서 비행기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가고시마에 차려진 롯데의 전지훈련장을 들러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기도 했다. 롯데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승환. (사진=이준혁 기자)
◇간사이를 거친 이대호, 간사이를 찾은 오승환, 그리고 한국의 롯데
일본 교토부·오사카부·효고현 등의 지역을 지칭하는 간사이(關西) 권역에는 한신 타이거즈와 오릭스 버팔로스가 함께 존재한다. 한신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야구장 '고시엔(甲子園)'을, 오릭스는 오사카부의 돔야구장 '교세라 돔 오사카'를 쓰고 있다.
간사이 권역 야구단에는 유독 한국인 선수들이 많이 거쳐갔다. 지금은 선수 생활을 은퇴한 '코리안특급' 박찬호(40)가 오릭스를 한 해 경험했고, 이승엽(현 삼성)과 이대호(현 소프트뱅크)도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는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으며 뛰고 있다.
와타나베에게 이대호와 오승환에 대한 현지 반응을 살짝 물어봤다. 그는 이대호에 대해선 "오릭스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선수였다. 실력도 좋고 열심히 했다"며 "소프트뱅크로 가서 아쉽다. 계속 잘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랜 팬인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에 대해선 바라는 바가 무척 많았다. 그는 "한신은 최근 9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오승환 선수가 올시즌 꼭 한신을 우승시켜줬으면 좋겠다"며 "많은 한신 팬이 오승환의 호투를 기대하고 있다. 끝까지 잘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에 대해 느끼는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한국 야구는 큰 체격의 선수들이 힘있게 잘 던지고 치는 점이 일본보다 더 돋보인다"며 "방송으로 한국 야구를 중계하지는 않기에 아직 일본에서는 (한국야구의) 매력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란 전제로 "한국 야구 선수는 잘 생긴 선수가 많다"며 "롯데 선수는 왠만하면 대부분 잘 생겼다. 팀 전체가 이만큼 잘 생기기도 쉽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야구 잘 하면 잘 생긴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났다.
와타나베는 오는 8월 다시 롯데 홈경기를 찾을 예정이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해 10월에도 부산을 찾는다. 그는 "(롯데) 성적이 좋지 않을지라도 당연히 사직구장에 온다. 하지만 와서 편히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 롯데 선수들 열심히 하니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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