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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기업어음 매입 피해자들 '아우성'..불완전판매 논란
2014-04-02 09:53:16 2014-04-02 09:57:31
[뉴스토마토 임효정·김민성기자] "주택자금 잔금을 가지고 있는게 있어 단기간 은행에 맡긴다는게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상품의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알려줬더라면…"
 
"창구직원은 10년넘게 팔았지만 금융사고는 한번도 없었다고 자랑했습니다."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KT ENS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매입한 고객들의 투자금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자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KT ENS협력업체의 대출사기 사건으로 금융기관에 이어 개인투자자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것.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금융사는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그 사이에서 이자마진을 수익으로 챙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금융사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ABCP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KT ENS 역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위해 SPC를 통한 1857억원의 ABCP를 발행했고, 5개 은행은 이 중 1177억원을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이 가운데 투자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은 1010억원으로, 이는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한 액수다. 개인이 625명, 법인 44개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 운용방법을 지정하는 상품으로, 투자 실적에 대한 실적배당이므로 원금은 보전되지 않는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투자손실 문제가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고 있다. 금융당국도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4개 은행(기업·부산·경남·대구)에 대해 특별검사를 착수한 상태다.
  
◇ "KT인지 KT ENS인지 조차 설명이 없었다"
 
이번 사건이 불완전판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당초 상품거래 시 지급보증 회사가 'KT'인지 'KT ENS'인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손재석(가명)씨는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상품과 KT가 보증하는 상품을 추천받았고 건설보다는 KT가 리스크가 적을 것 같다고 하니 창구 직원의 KT가 부도날 위험은 없다는 말에 믿고 거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KT ENS는 KT에서 100% 출자한 자회사이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손 씨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특정금전신탁이란 용어를 알게됐다"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몰랐을 뿐더러 기업은행에서는 10년 넘게 이 상품을 팔았지만 금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로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피해자 현혜정(가명)씨는 "피해사실 확인후 투자확인서를 요구했더니 판매했던 창구직원이 직접 자택으로 찾아와 본점에 전화 후 'KT가 보증하는 위험이 없는 회사채' 부분을 'KT ENS가 보증하는 회사채'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 씨는 "은행측이 변경을 요구한 부분은 최초 거래 당시 들었던 설명과 달라 거절했더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에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지급보증 회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래할 때 KT ENS가 아니라 KT라고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다른 피해자 A씨는 최초 거래시 특정금전신탁 계약 세부내역서 조차 받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금융거래 후 고객은 신탁운용지시서 또는 투자사실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 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지급유예 사실을 확인한 후 해당 지점을 찾아 계약서를 요구했더니 지점장과 상의한 뒤 그제서야 복사본을 건네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계약서를 미지급하는 경우도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기업은행 "모회사 KT가 직접보증해야"
  
(사진=뉴스토마토DB)
KT ENS가 지급보증한 ABCP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기업은행(024110)이다. 투자손실 예상액 1010억원 가운데 기업은행이 판매한 금액은 618억원, 개인투자자만 485명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관사인 NH농협증권이 태양광사업에서 손꼽히는 곳이었고 ABCP 등급도 'AA' 였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은행도 물건(ABCP)을 선택해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이상진 부행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위원장이 피해고객이 발생한 지점 관계자를 소집해 민원과 관련한 응대방법을 전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불완전판매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과 은행 간 입장차이는 뚜렷하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특전금전신탁의 경우 서명란이 많다. 그 중이 1~2개 서명이 빠졌다는 점에 대해 민원이 있는 것 같다"며 "이미 서류에 KT 100% 출자회사인 KT ENS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서류상 (KT ENS를 KT라고)불완전판매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3000억원대 대출사고는 은행이 관련된 것이지만 특정금전신탁은 개인투자자가 핵심이다"며 "오히려 KT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인수하거나 KT가 직접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식이 우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불완전 판매의 여부에 따라 은행 책임도 뒤따르겠지만 그에 앞서 고객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한편 금감원은 일단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점에 대해서는 자필, 서명 대조 등의 방법으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전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T ENS의 회생 계획안에 따라 시공사, 보증사업자 등과 실사를 거쳐 회수 규모를 결정하고 다른 채권자와 비례해서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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