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정부가 최근 호봉제 대신 직무·직능제로 전환해 성과 위주로
임금을 지급하라는 임금체계 개편안을 내놨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존 호봉제를 기반으로 한 연봉게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던데다 직원의 성과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관행 탓에 직무·직능제 역시 '상명하복' 기업문화만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을 꺼내든 것은 기본급보다 수당과 상여금 등 특별급여와 초과근무시간에 대해 지급하는 초과급여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구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978개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임금총액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57.3%에 불과했다.
반면 통상수당(9.8%)·기타수당(6.6%) 등 각종 수당의 비중은 16.4%. 여기에 고정상여(11.8%)·변동상여(5.8%) 등 특별급여와 초과급여(8.7%)를 더하면 무려 42.5%가 기본급 외 임금이다.
◇'2014 임금체계개편매뉴얼' 내용중 일부.(자료=고용노동부)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의 명칭과 실질이 일치되지 않아 근로의 가치와 생산성이 임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임금수준을 결정할 때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큰 구조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지난 19일 호봉제도가 부적절하다며 임금항목 단순화, 직능·직무제로의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근속년수에 따라 연봉이 느는 기본급의 연공성을 줄이는 대신 상여금을 성과와 연동해 직원이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
하지만 근속년수보다 성과를 강조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연봉제가 사실상 한국에서 실패한 배경을 보면, 이번 고용부의 처방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전체 기업의 연봉제 도입률은 66.2%에 달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기존 임금구성항목을 연봉이라고 이름만 바꾼 '무늬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호봉테이블을 기준으로 성과에 따라 연봉을 가감하는 '진짜 연봉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인사고과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기업 그룹사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가 제공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4단계에 걸쳐 대단히 '모호한' 기준으로 직원의 직무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먼저 '사원이 긍정적인가'가 평가 기준이 된다. 이때 평가자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 사원은 A에서 최고 S 등급까지 받을 수 있다. 긍정적이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사원은 아무리 잘 해도 B등급까지만 받을 수 있다.
사원의 긍정성 여부를 평가한 뒤에는 '직무능력이 기대치에 미친 정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면 A~S, 기대치 정도 수준이면 B, 못 미치면 C~D등급이 내려진다.
각 등급별 정의도 있지만 여전히 불명확하다. S등급은 '거의 예외없이 최선의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정의돼있다.
또 '4명이 할 일을 3명이 하고도 남는다'면 A등급, '전체 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B등급, '개선이 필요하지만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면 C등급, '상사에게 크게 문책을 당할 수준'이면 D등급이다.
이처럼 평가자의 주관적 재량이 발휘되기 쉬운 인사고과 기준 탓에 사원은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야근을 한다거나 '말만 협상'인 연봉협상을 한 뒤 사실상 통보를 받고 있다.
고용부의 처방대로 인사평가와 임금 간 연동이 강화한 직능·직무제로 임금체계가 전환되면, 상명하복 기업문화가 더 악화하고 임금결정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의 골이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연봉협상 때, 사원이 1년 간 무엇을 했는지 등을 정량과 비정량으로 나눠서 신고하는 제도가 있다"면서도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앞서 사내 인사고과 평가 실태를 제보한 김씨는 "인사평가에 대한 기준은 인트라넷 등에 공개돼 있지만 실제 평가를 할 때는 결국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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