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국회의 늑장 처리에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 두 직업이 서로 다른 지원과 처방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일명 사립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과 평판관리전문가 등 40여개 신직업을 육성·지원한다는 '신직업 육성 추진 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 확정했다.
수렁에 빠진 청년 고용률 등을 높이기 위해 신직업을 창출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립탐정, 평판관리전문가 등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직업을 제도권 내로 흡수해 번듯한 전문직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
◇미국 평판관리업체 패스워드박스는 생애 전후 모두에 걸쳐 개인정보 삭제·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패스워드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고용부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직업군 가운데 평판관리전문가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디지털장의사(digital undertaker)는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 직업이어서 형평성 논란 등이 우려된다.
사이버평판관리자(reputation manager)는 온라인상의 개인, 기업의 평판을 관리, 인터넷상의 악성 평판을 모니터링해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화 유도하는 직업이다.
고객 또는 유족의 의뢰를 받고 인터넷 계정과 게시물·사진 등을 삭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장의사(digital undertaker)와 하는 일이 거의 흡사하다.
계약에 따라 처리할 내용의 권리자인 고객의 생사 여부만 달라 지원 대상이 사실상 하나의 업체이거나 동일인이 되는 셈이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등에 엄격해 '잊혀질 권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생전에 올린 게시물 등을 삭제·처리해주는 업체가 성업중이다.
이는 디지털유산을 인정해 소유와 관리권한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 밑받침돼 가능했다.
국내에서도 '뉴스케어'가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인터넷상 개인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프로그램인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 DAS)'이 국내에서 개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고객의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전 생애에 걸쳐 개인정보를 보관·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디지털유산에 대한 상속근거 마련을 위한 법률적 검토가 안돼 이번 지원 직업 대상에서 디지털장의사는 빠졌다.
직업의 법적 근거가 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기약 없이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 등 12인은 지난해 5월22일 디지털유산 등을 정의하고 제도권 내에서 관리할 법안을 발의했고,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법안 처리 실적이 전무해 '불임 상임위'의 오명을 안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문제 등 안건을 둘러싸고 각론을 벌이는 바람에 한마디 의견도 수렴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
◇계류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평판관리전문가를 비롯해 정부가 이번에 민간 창출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다른 15개 직업의 훈련기관과 훈련생은 각각 훈련비와 월 31만6000원의 훈련장려금을 지원받게 된다.
훈련 과정의 시범운영 성과에 따라 오는 '15년부터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특화과정으로 확대되고, 내일배움카드제 적합훈련과정 선정시에도 우대를 받게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포털 업계 관계자는 "사망한 회원의 게시글을 약관을 통해 처리하기에는 책임 소지가 무겁고 고충이 많다"며 "인터넷 이용자의 전면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디지털유산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