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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골목을 예술로.."도시재생 덕 좀 봤어요"
창원 창동·오동동 일대 예술촌으로 진화..방문객 34%↑
전주 노송동, 마을키친·주민학교 등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2014-02-20 17:50:02 2014-02-20 17:54:14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처음엔 아파트나 지어달라고 했죠. 장사하는 사람들은 바쁘다고 관심도 없었고.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참여하고 계획한 모든 것들이 너무 소중하고 앞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창원TB 지역 주민 이 모씨)
 
20일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에서 '함께하는 희망, 도시재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최한 컨퍼런스에서는 테스트베드(TB)로 선정된 창원과 전주의 성공사례가 소개됐다.
 
주민의 힘으로 살기 좋은 터전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일궈낸 성과는 그 어떤 열매보다도 달았다.
 
◇"이제 다시 하나가 됐습니다"..주민과 상인이 뭉친 '창원TB'
 
경남지역 최대의 상권에서 산업화를 겪으며 폐허로 변하다시피 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대는 빈 점포를 활용한 예술촌과 스튜디오가 조성된 이후 방문객이 34%나 늘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부림시장도 이제는 예술과 볼거리가 있는 생활공예 프리마켓으로 거듭났다. 허름한 골목, 250년된 거리 모두 명품 갤러리로 변신 중이다.
 
비만 오면 지붕이 새는 노산동 주거지역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곳에 있는 꽃으로 차와 비누를 비롯한 웰빙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이 제품들을 사고 팔면서 휴식까지 즐길 수 있는 북카페까지 개장한 마을기업 '누림마을 공동체'가 그 일등 공신이다.
 
창원TB지역 세부 연구책임을 맡은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사업비였다"며 "당장 지붕에 비가 새고 있는 달동네에 사업비도 없이 도시재생을 추진 한다고 해 지역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까지도 외면하기 일쑤"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상가지역은 가장 기본적인 상가지도를 만드는 것부터, 주거지역은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집수리부터 시작해 반응이 좋아지자 창원시에서 비용을 지원해 줬다"며"도시재생을 반대한 재개발 요구 주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지역 맞춤형 적정기술..전주TB
 
전주는 지역 공동체를 자력 기반으로 해 맞춤형 도시재생을 이끌어 낸 대표 사례다.
 
노후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 간 반목이 이어지던 노송동 일대를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해피하우스 플러스'를 통해 폐가를 철거하고 텃밭을 가꿨으며, 빈집을 활용해 커뮤니티 거점을 구축했다. 가로와 주차장을 비롯한 공공공간을 정비해 불법주차를 방지한 것은 물론 보행환경도 개선했다.
 
또 음식 솜씨가 좋은 마을 주민의 경쟁력을 살려 도시락 배달과 마을 레스토랑을 주력으로 하는 주식회사 '노송' 을 운영해 '마을키친사업'에 앞장섰다.
 
이밖에 주민 자활과 도시재생에 필요한 매뉴얼을 설파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주민학교인 '더불어 주민학교'를 세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설계하는 법을 비롯해 마을축제와 가로 디자인 등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다.
 
전주TB 사례 발표를 맡은 이연숙 연세대 교수는 "(도시재생은) 국토를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적정기술로 치유하는 것"이라며 "한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빠르게 주변까지 쇠퇴하는 지역을 맞춤형으로 재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제도 차원의 노력 계속돼야
 
이렇듯 저마다의 환경을 극복하고 어렵게 일궈낸 성과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도시재생사업단 차원의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민 스스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립기반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업 결과가 주변 지역으로 파급될 수 있을지 여부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도시재생에 관한 소식지를 발간하고, 주변 지역 실태조사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또 시 차원에서 도시재생 지원을 제도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노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황희연 교수는 "주민과 행정기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연구진의 봉사정신과 사명감"이었다며"자신이 사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청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 학생은 "청년들을 위한 유휴지 활용 방안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며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컨퍼런스는 국토교통부가 7년 4개월 동안 추진한 도시재생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예술, 복지, 경제·산업, 도시·건축 등 6개 분야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가해 55개 주제 발표와 토론 등을 진행했다. 행사는 21일까지다.
 
국토부는 최근 도시재생관련 시책발굴, 도시재생계획 수립, 사업 시행 지원 등을 위해 LH와 국토연구원을 지원기구로 지정했다.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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