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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실거래 재가동..제약계 '낙담'
"수정안 없이 원안대로 진행" vs. "대형병원 배 불리는 리베이트"
2014-02-03 15:53:25 2014-02-03 17:36:19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의료기관이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보험약가보다 싸게 구매할 경우 차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돌려받는 시장형실거래 제도가 3일 재가동됐다.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잠정 유예된 지 2년여 만이다.
 
신봉춘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도입했던 시장형실거래 제도가 수정된 내용 없이 원안 그대로 이달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간 제약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 시장형실거래제 재개를 고집해왔다.
 
시장형실거래 제도는 2010년 10월 도입 후,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제약계의 반발에 부딪혀 잠정 보류됐다. 2중 제약으로 과도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제약업계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일단 시장형실거래 제도는 원안대로 가동되지만, 향후 수정안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 복지부와 한국제약협회, 시민단체 등은 협의체를 만들어 시장형실거래 제도 수정안 협의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신봉춘 사무관은 “그동안 제약협회와 6번의 논의를 가졌다. 향후 정부와 의견이 일치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며 “현재 논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정안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약협회 역시 정부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간의 강경함을 누그러뜨리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준 제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저가 의약품을 구입할 시 인센티브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며 “오는 13일까지는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 등 6개 관련단체들이 지난 12월 19일 시장형실거래 폐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조필현 기자)
 
그럼에도 실제 영업전선에 있는 제약사들은 수정안 없이 시장형실거래 제도가 재가동되는 것에 대해 낙담하는 분위기다. 일괄 약가인하 파고를 넘자 또 다시 난관에 직면했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제약계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실시된 시장형실거래 제도가 오히려 건보 재정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시장형실거래 제도 시행 16개월(2010년10월~2012년 1월) 동안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절감액은 약 1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시장형실거래 제도로 의료기관에 지급한 인센티브는 2339억원이었다. 건보 절감액보다 병원에 준 인센티브가 더 많았다.
 
제약계는 이를 근거로 시장형실거래 제도는 대형병원만 배불리는 합법적 리베이트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시장형실거래 제도 시행 16개월 동안 지급된 총 인센티브인 2339억원 중  90%인 2143억원이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지급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갑 중의 갑’인 대형병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대다수의 동네의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마저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계는 의약품 1원 낙찰의 현실화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매할수록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가 싸게 안 팔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형병원과 제약사의 절대적인 갑을 관계로 인한 한계성이 존재한다”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제약사는 없다. 결국 제약사가 처방 대가로 약값을 싸게 공급하는 음성적 리베이트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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