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號출범)③새얼굴 새출발..'매파' 품은 리더십 기대
부의장에 스탠리 피셔 지명..'비둘기' 수장과의 보조 여부 주목
'강성 매파' 지역 연은 총재 등장도 난제
단기적인 정책 방향 급변은 없어..옐런의 의견 조율 능력 관심
2014-02-03 10:00:04 2014-02-03 10:00:04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신임 의장이 이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올해 7명의 선원이 새롭게 승선한다.
 
옐런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부의장이 지명되는 등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질 뿐 아니라 투표권 순환 원칙에 따라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구성 변화도 있어 전체 12명의 FOMC 위원 절반 이상이 '뉴 페이스'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이 '매파(강경)'적 성향을 띠고있어 월가 전문가들은 '비둘기파(온건)'적 색이 짙은 옐런과의 의견 조율이 향후 연준 통화정책의 방향을 판가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정책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허니문 기간'을 거치는 동안에는 급격한 방향 변화가 없을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피셔 부의장, 내부의 '견제자'인가 든든한 '조력자'인가
 
◇WSJ CEO 연례회의에 참석한 피셔 연준 부의장 지명자(사진=로이터통신)
새롭게 FOMC 멤버에 합류하는 인물 중 단연 주목 받는 사람은 부의장으로 지명된 스탠리 피셔(사진)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다.
 
양적완화를 강력히 지지했던 옐런과는 달리 양적완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위험성도 지적하는 등 중도 매파적 성향을 여러 차례 내비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CEO 연례회의에서도 피셔는 "연준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없었다면 경제는 더 악화됐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면서도 "여기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지가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피셔는 너무 많은 선제 안내가 오히려 정책의 유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스승이자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역임한 국제 경제계의 거물이라는 남다른 이력 역시 부의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지 우려를 낳는다.
 
전통적으로 연준 부의장은 의장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는데 카리스마 강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그에게 적합한 자리냐는 것.
 
다만 피셔를 부의장으로 천거한 사람이 옐런이고 삼고초려 끝에 피셔의 수락을 받아낸 사람도 옐런이라는 점은 이 같은 걱정을 누그러뜨린다.
 
피셔와 옐런 모두를 20년 넘게 알아왔다는 에드윈 트루먼은 "피셔는 1인자와 2인자의 자리에 다 앉아봤다"며 "스스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지 알고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셔를 시티그룹 부회장에 선임하는데 도움을 줬던 제프리 샤퍼도 "피셔가 옐런의 선택을 잘 존중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파' 연은 총재들 전면에..속도 논쟁 가능성 대두
 
전문가들은 피셔 부의장 지명자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더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새롭게 자리하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FOMC의 5개 의석을 차지하는 연방은행 총재들은 당연직 부의장을 수행하는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4자리를 놓고 해마다 돌아가며 투표권을 행사한다.
 
올해에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나라야나 코차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가 의결권을 갖는다.
 
<2014년 FOMC 보팅멤버 구성 현황>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외신 보도)         
 
특히 플로서 총재와 피셔 총재는 12개 연방은행 총재 중에서도 강성 매파로 유명하다. 비둘기파적 성향이 짙은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의 빈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커보일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피셔 총재는 작년 12월 연준의 첫 테이퍼링 이후 "200억달러의 자산매입 축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당시의 시장 상황이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최종 결정보다 더 큰 규모를 제안했지만 투표권이 없어 의사 결정에 반영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투표권을 갖는 올해의 FOMC 회의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테이퍼링을 지지하겠다"고 밝혀 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둘러싼 공방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플로서 총재 역시 지난달 14일 라살레대학 강연에서 "버냉키가 예상한 것보다 테이퍼링이 빨리 끝나야 한다"며 연말 이전에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이 레바스 재니 몽고메리스콧 채권투자전략가는 "(FOMC) 논쟁의 주제가 채권 매입 여부가 아닌 자산매입 축소 규모로 이동했다"며 "미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매파 위원들과 옐런의 시각 차이가 신임 의장의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데이비드 나우로키 빌라노바대학 교수는 "플로서나 피셔가 소수 의견으로 무시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온건적 성향의 옐런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결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격한 정책 방향 변화는 없을 것..관건은 옐런의 '리더십'
 
옐런이 이끄는 연준이 순풍에 돛 단듯 나아갈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연준이 지금의 속도대로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위원들간의 성향 차이가 당장에 급격한 정책 방향 변화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지난 29일 끝난 FOMC 회의에서 연준은 만장일치로 100억달러의 추가 테이퍼링을 결정했다. 작년 12월 5년만에 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후 두 달 연속 시장의 유동성을 줄인 행보다. 
 
주요 외신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FOMC 회의에서 매번 100억달러의 자산매입 축소가 있을 것이며 올해가 가기 전 양적완화 완전 종료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권규백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테이퍼링이 돈줄을 죄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꾸준히 주며 매번의 회의에서 100억달러씩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04년 출구전략 시행 당시 매 차례 금리를 인상했던 것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의 남은 회의에서 계속해서 100억달러 씩 테이퍼링이 선언될 것"이라며 "속도의 조절 문제는 몇 개월 이후에나 논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8년 12월부터 이어온 초저금리는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성명에서 "실업률이 목표치인 6.5%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한 동안'은 지금의 초저금리를 이어가겠다"며 "특히 장기 물가가 목표치인 2%에 못 미칠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년 가까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물가 안정은 옐런호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경우 가계와 기업은 소비나 고용, 투자를 늦추게 되고 결국에는 경제 성장에까지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2012년 4월 이후 인플레이션은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경제 리서치 공동 담당자는 "물가가 매달 목표치를 하회할 경우 (연준은) 물가 인상에 대한 더 많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연준도 물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옐런은 시장에 어떻게 저물가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며 "이는 테이퍼링 속도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모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옐런의 연준은 금융기관의 규제에도 보다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이 연준 이사직 재임 초기부터 엄격한 은행 감독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로서도 주택 위기 위험성 경고와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대형 은행에 자본 준비금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던 점 등이 이를 시사한다.
 
존 코크레인 시카고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인플레이션이나 실업률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만 연준은 금융 규제자로서의 막중한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며 "새 의장에게는 그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통화 정책에서부터 금융기관 규제, 거시경제 운용 등 연준이 해야할 일은 광범위하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만큼 매파와 비둘기파 위원들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의견 조율을 해 나갈지와 같은 옐런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니콜라스 콜라스 컨버젝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 내에서의 의견 불일치는 시장의 우려를 살 수도 있다"며 "옐런은 임기 초반부터 정책의 방향을 모아야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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