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미 침해받는 재심제도)③'고무줄 재심' 법원도 책임
'유서대필 사건' 재심 신청후 확정까지 5년 9개월 걸려
"사법부 판단 뒤집는 결정 부담갖는 것 아니냐" 비판도
2014-02-12 06:00:00 2014-02-12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의 재심 선고 공판이 13일 열린다. 재심 신청일부터 선고까지 5년9개월여만이다. 
 
선고까지 이같이 오랜 시간이 걸린 배경에는 "끝까지 다퉈보자"는 검찰과 더불어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법원의 기본 입장이 깔려 있다. 
 
12일 <뉴스토마토>가 대법원의 협조를 얻어 2007~2013년 법원이 재심을 결정한 '시국사건'(계엄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 긴급조치위반, 반공법위반, 외환의죄,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을 전수조사한 결과 검찰의 불복으로 법원이 결정을 번복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대필 사건의 경우 강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 재심권고 결정을 근거로 2008년 5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신청했다. 
 
◇강기훈씨 사건 재심개시 결정까지만 3년
 
재판부의 재심개시 결정과 검찰의 불복이 있었으나 대법원이 2012년 10월 재심결정을 확정하기 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재심사건의 첫공판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데는 검찰 외에도 법원의 심리가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재심사건은 상대적으로 오래 전에 발생한 일이라 증거와 증언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재심사건은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 사건이 많은데 40~50년 이상 흐른 현재로서는 사건의 중요 관련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일부 기록물이 폐기돼 존재하지 않는 등 사건을 재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확정 판결' 재판단 부담도 만만치 않아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법원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점이다. 이는 '재판의 증거로 쓰인 판결 결과가 뒤바뀐 경우'라는 재심 요건에도 해당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종전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심리기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재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상 재심사건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법부나 검찰 등 준사법기관에서 조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처음부터 조사 결과를 재검토한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엄격하게 지켜 조사했는지, 조사위원의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을 다시 짚어본다.
 
법원이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재심권고를 배척한 경우는 이렇다할 전례가 없을 정도다. 진실화해위 업무를 이어받은 안전행정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관계자는 "법원이 진실화해위의 재심 권고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재심권고 결정 조사 간소화 해야
 
이를 두고 법원이 진실화해위 조사결과를 재검토하는 과정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항소, 재항고를 통해 불복을 거듭해도 선고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당사자 상당수가 노령인 점은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는 것은 둘째치고, 첫재판 일정이 잡히기를 기다리다 숨을 거두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오영중 변호사는 "법원에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국가기관으로 활동한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는 것을 당사자들의 인권 보호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심 결정부터 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에 대해 법원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심사건을 여러 건 대리해 온 김용민 변호사는 "재심 결정은 종전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것으로 법원으로서도 부담되는 사건이라 처리를 빨리 안하는 듯하다"며 "법원도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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