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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CJ, '14일의 법칙'..기묘한 우연
2014-01-20 14:18:44 2014-01-20 14:30:2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천문학적인 소송가액과 폭로전으로 얼룩지고 있는 삼성가(家) 상속소송에서 기묘한 우연이 반복되고 있다.
 
3년째 이어지며 형제간 싸움이 그룹간 갈등으로 비화된 이번 소송에서 유독 14일마다 중요한 이슈가 터지면서 양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기묘하다"는 반응이 퍼져나가고 있다. 마치 14일의 저주와도 같다.
 
우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가적 대형 이슈로 점화된 시점이 정확히 2012년 2월14일이었다. 법원에 전자소장이 접수된 시점은 이틀 앞선 12일이었지만 14일부터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되면서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이후 날선 공방을 벌이던 양측은 지난해 11월14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25주기 추도식을 놓고 또 한차례 격돌했다. CJ 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삼성 측이 가족행사를 없애고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선영과 맞붙어 있는 한옥 및 인근 출입문 사용금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왼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사진=각사)
 
올 들어서도 '14일의 잔혹사'는 이어졌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게 검찰은 이달 14일 수천억원대 기업범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공교롭게도 이재현 회장에 대한 최종 선고일도 다음달 14일로 예정돼 있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해원상생'(解寃相生·원망을 풀고 같이 살자)을 호소하며 삼성에버랜드 주식 관련 부분에 대한 소를 취하한 것도 이달 14일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이를 화해의 손짓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로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지만 정작 소송 청구금액은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또 실제 편지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불쾌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은 편지에서 "건희는 나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을 하고 CCTV로 감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면서 "동생을 믿었던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이건희 회장 측은 1심 패소로 불리해진 이 전 회장이 교묘한 '화해 전술'로 상속소송을 조정으로 매듭지어 돈이라도 챙기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또 'CJ 임원 매수 시도' 주장도 삼성에 흠집을 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며 명예훼손 고발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측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화해를 원한다면 소부터 취하하는 것이 순리"라며 "여론전으로 몰고 가서 낭패라도 주자는 것과 다름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 회장이 일련의 발언으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유럽 출장 길에 오른 것도 응어리로 남아 있다.  
 
한편 CJ그룹은 이에 대해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정한 날짜가 묘하게 겹쳐서 공교롭게 벌어진 우연"이라며 "재판일정이나 선고일정에 우리쪽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법조계 의견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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