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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모습 드러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시민 반응은
2014-01-14 17:50:02 2014-01-14 17:54:02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광주광역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광주광역시에 건설 중인 새 야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이하 챔피언스필드)'는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장이다. 지난 80~90년대 '해태 왕조'의 신화를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당시의 무대였던 무등경기장의 뒤를 이을 챔피언스필드의 완공을 손꼽아 기다리기 마련이다.
 
광주시도 시민들의 관심에 호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부터 오는 2월 중순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시민들을 초청하는 투어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2일 시민투어 행사에 참가해 야구장 현장을 둘러봤다. 기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으로 참가했기에 야구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더 가깝고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이종욱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계장이 12일 야구장 시민투어 행사를 찾은 시민들에게 야구장 건립현황을 상세히 설명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참가 시민들의 야구 열정 물씬
 
챔피언스필드 시민투어 참가 신청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며 선착순 100명으로 인원은 제한된다. 12회로서 최대 1200명에게 신축 야구장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다.
 
시민투어 행사는 1층 회의실에서 건립현황 설명으로 시작한다. 12일에는 이종욱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계장이 설명자로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은 다양했다.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았고 60대 노인과 혼자 방문한 어린이도 보였다. 가족과 연인은 물론 전동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과 동반가족도 눈에 띄었다.
 
15분간의 열띤 설명이 끝난 뒤 일부 방문객은 자리에 남아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지역의 뜨거운 야구 열의가 느껴졌다.
 
◇15분간의 건립현황 설명이 있은 뒤 방문객들이 야구장을 둘러보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일부 시민은 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가파른 계단, 일부 시민 힘겨워 
 
설명이 끝난 뒤에는 기계실이나 전기실 등 통제구역을 제외한 야구장 지상을 살피는 형태로 투어가 진행됐다.
 
챔피언스필드에는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방문한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시민들은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슬로프 형태가 아니고 다른 구장에 비해 계단의 수도 많기에, 일부 방문객은 계단을 오르다가 주저앉는 등 다소 힘겨운 모습이었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나는 그래도 20대로 젊다. 그리고 새 야구장 방문에 벅차 기쁘게 올라갔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숨이 찼던 것도 사실"이라며 "좁은 공간에 야구장을 만들어서 공간이 없는 것은 알지만 경기 중에만 운영하는 형태로라도 일정부분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시민 박모 씨(33)는 "아버지께서 계속 힘들어하면서도 계단으로 올라가겠다고 고집하셔서 계단을 이용했다"며 "나이든 '올드팬' 분들은 승강기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스탠드에서 바깥 쪽으로 향하는 난간과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진=이준혁 기자)
 
◇고층 외부 난간, 시야와 안전 간의 균형 갖춰야
 
이날 행사는 안전요원 통제 하에서 자유롭게 이뤄졌다. 1·2층으로 불리는 하단스탠드를 보기에 앞서 4·5층 상단스탠드의 방문이 먼저 이뤄졌다.
 
시민들은 잘 지은 야구장과 야구장에서 보이는 무등산 풍경에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정말 (KIA 타이거즈가) 야구만 잘 하면 돼"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새롭게 변한 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웃음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방문객들은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한 편에서 뒤뚱뒤뚱 걷는 아이를 급히 뛰어가 잡는 부모가 눈에 띄었다. 5층 상단 복도에서였다. 아이는 바깥 난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아이의 부모는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길까 뛰어가서 붙잡은 것이다.
 
상단스탠드 바깥 안전난간을 살펴봤다. 대충 보기에도 다소 위험하게 느껴졌다. 난간 틈새가 넓은 데다 높이가 낮아, 사고가 생길 우려가 있어 보였다.
 
아이 부모인 최모 씨(35)는 "부인은 화장실에 갔고 잠시 전화받던 사이에 아이가 난간 쪽으로 걸었다. 큰일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이 '뻥' 뚫려 시야가 시원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 문제가 우선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난간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는데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즉석 섭외한 한 시민(적색 모자 착용 남성)에게 첫 줄부터 넷째 줄까지의 난간에 따른 시야방해에 대해 물었다. 왼쪽 윗 사진이 첫 줄에 앉았을 때 촬영한 사진이며 이후 시계 방향으로 각 한줄씩 뒷 줄로 이동한 사진. (사진=이준혁 기자)
 
◇그라운드 방향 난간, 시야개선 공사 예정
 
최근 여러 야구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챔피언스필드 그라운드 방향의 난간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사가 작은 챔피언스필드 하단스탠드의 난간 높이가 너무 높아서 경기 관전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시청 인터넷사이트 민원란이 한동안 이 문제로 북적였다.
 
지난 11일에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현장을 찾아 "시민분들이 시야를 가리는 난간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제시 중인데, 이용자의  입장에서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낮춰 최적의 관람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추가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난간이 시야를 얼마나 가리는 것일까? 기자는 한 방문객에게 부탁해 첫째 줄부터 넷째 줄까지 앉았을 때 드는 느낌을 물었다.
 
기자의 요청에 응한 윤모 씨(27)는 "전날 강운태 시장의 결정과 지시는 '당연히 그랬어야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윤 씨는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접할 수 있는 점은 정말 좋다. 그런데 첫째 줄은 난간에 완전히 가렸다. 과장 좀 섞어 '쇠창살 틈새로 야구 보는 느낌'이 들었다"며 "둘째 줄과 셋째 줄은 그나마 가려지는 것은 덜했지만 온전히 보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넷째 줄에선 시야 방해가 덜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시민투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3루 방향 내야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시민 의견 반영해 많은 사랑 받기를
 
야구장은 이제 시민들에게 공개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상태였다. 시운전 이전에 시민들에게 직접 평가를 받는 광주시의 방식도 묘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광주시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관람객들은 시민 입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을 현장의 관계자들에게 가감없이 전했다.
 
오랜 야구팬이라는 이모(52) 씨는 "바비큐존은 시야 상으로는 그라운드 쪽을 향해 좋았지만 절반은 목을 돌려야 하는 불편이 있을 것 같다"면서 "5층에 올랐을 때는 그라운드와 무등산까지 함께 보여서 상당히 좋았다.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을 따라 왔다는 시민 정모(32) 씨는 "승강기는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방문객들은 다양한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기에 힘들 것 같다"며 "승강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은데 승강기를 늘려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라운드 방향 난간에 대해 이종욱 계장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축법상 위험에 노출된 2층 이상의 노대는 1.2m 이상의 난간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직접적인 위험 노출 가능성이 적은 1층은 1~2단 정도 걷어 내겠지만 스카이박스 또는 4~5층은 안전 문제로 인해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시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타이거즈의 이름으로 벌써 11번째의 우승을 바라는 구단이 사용할 야구장이다. 더불어 프로야구의 출범 이전인 지난 1965년부터 써오던 야구장을 대체할 광주시의 대표적인 스포츠 시설이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깔끔한 마무리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3월 개장하길 기원한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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