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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용의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액션
2013-12-11 17:01:55 2013-12-11 17:05:45
◇'용의자'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9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언론시사회였던 것 같다. '용의자'의 메이킹 영상이 공개됐다. 여러 장면 중 잊혀지지 않았던 부분은 "한국에서 이런 액션영화가 만들어지리라고는"이라고 말하는 공유의 말이었다.
 
순간 '자화자찬'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자기가 만드는 것에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괜히 낯부끄러웠다. 가끔씩 만나는 홍보팀 관계자들에게 장난치듯이 "한국에 이런 영화가 나올 줄은"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베일을 벗은 '용의자'를 보고는 공유의 말이 이해됐다. 공유를 비롯해 박휘순, 유다인, 조재윤, 조성하, 김성균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됐고, 스크린 밖에 있는 스태프들의 피와 땀이 느껴졌다.
 
'용의자'는 정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액션을 가지고 있었다. 액션의 빠르기로는 '아저씨'가 있을 법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스펙타클한 장면은 '황해'가 연상된다. 이들을 향해 도전장을 낸 '용의자'. 만만치 않다. 되려 앞 작품들을 능가할 수도 있다.
 
영화는 탈북한 최정예 전투요원 지동철(공유 분)이 이북 출신으로 대기업 CEO인 박 회장(송재호 분)이 암살당한 뒤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 용의자가 되면서 출발한다.
 
동철은 이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 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정예요원답게 수월하게 벗어난다. 국정원은 뜻대로 안 되자 최고의 방첩대원 민세훈 대령(박희순 분)을 투입시켜 지동철을 쫓는다.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에 쫓기는 탈북자의 이야기다.
 
◇공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대사가 확연히 적다. 말보다는 몸짓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액션만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액션도 드라마'라는 원신연 감독의 지론이 묻어난다.
 
공유와 박희순은 액션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려는 원 감독의 야심을 완벽히 수행한다.
 
역주행은 기본이고, 까마득한 내리막길 계단을 자동차 후진으로 내달린다. 좁은 골목길에서 악셀을 밟고, 에어백을 먼저 터뜨리고 마주 달려오는 자동차를 그대로 들이받아버린다. 큰 부상 없이 연기를 해냈다는 게 실로 놀랍다.
 
카 체이싱 뿐 아니라 주체격술을 활용한 무술 연기, 암벽 등반, 한강 낙하까지 영화 속에는 육해공을 넘나들며 화려한 액션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민세훈 대령 첫 시퀀스에서의 낙하 장면은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아울러 인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에 따른 복선이 적절히 배치됐다. 반전이 이곳 저곳에 숨겨져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동창생'이 보여주지 못했던 스토리가 '용의자'에는 충분하다. 스토리가 받쳐주니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살아난다.
 
특히 로맨틱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공유의 남성미는 대단했다. 눈빛이나 표정 몸짓이 마치 한 마리 재규어 같았다는 말이 공감된다. 식스팩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눈빛만으로 관객을 제압한다.
 
◇박희순-조성하-김성균-유다인(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지동철과 대립하는 민 대령 역의 박희순 역시 존재감을 뿜어낸다. 사냥개 같은 인상의 민 대령은 지동철을 날카롭게 옥죄면서도 휴머니즘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동철을 사지로 몰아넣는 김석호 역의 조성하는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자신의 힘을 드러낸다. KBS2 '왕가네 식구들'에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마지막 악랄하게 웃는 장면은 소름이 끼친다.
 
민 대령을 보좌하는 조대위 역의 조재윤은 SBS '추적자'의 이미지에서보다 좀 더 세련되고 똑똑해진 모습을 드러내며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영화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성미를 벗고 중성적인 여기자 역으로 스크린을 찾은 최경희 역의 유다인은 신선하고 새롭다. 실력파 배우들 앞에서 크게 눌리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유다인의 발전 가능성이 느껴진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로 활약 중인 김성균은 다시 한 번 사나운 얼굴로 스크린을 찾는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짐에도 삼천포의 인기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금새 그의 깊이 있는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을 매섭게 몰아친다. 숨 쉴 틈없이 빠르고 긴박하게 흘러간다. 화려한 액션으로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복선이 깔린 스토리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추리를 하도록 돕는다. 배우들의 호연은 몰입도를 높인다. 엔딩도 무게감이 있고, 깔끔하다.
 
다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한가지 아쉬움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가 희미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충분히 '잘 빠졌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나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진이 빠지는 체험을 할 것이다. 티켓값 1만원은 큰 돈이 아니다. 액션에 목이 마른 관객들에게 있어 '용의자'는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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