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미국의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넘어섰지만 시장 어디에서도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GDP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들이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3분기 GDP 2.8%..재고·무역수지 덕분에 예상 상회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기업재고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의 영향으로 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로, 지난 2분기(4~6월) GDP 및 3분기 예비치인 2.5%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도 웃돌았다.
이번 GDP 성장률 개선에는 기업재고와 무역수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기업재고는 연간 기준으로 860억달러 늘어나 지난해 초 이후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당시의 재고 증가분 566억달러보다 52%나 늘어난 규모로, 이번 기업재고는 전체 GDP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또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3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세부 지표들 대부분은 부진한 결과를 내보였다.
먼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는 1.5% 늘어나는 데 그쳐 사전 전망치 1.6% 증가에 못 미쳤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둔화된 증가세로, 특히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4년만의 최저치인 0.1% 증가를 기록했다.
연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공공부문 생산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해 2001년 이후 최장 내림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고, 기업투자도 전분기 대비 3.7% 줄면서 1년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또 연방정부의 지출 및 투자는 1.7% 감소했고, 국방비 지출도 0.7% 줄어들면서 각각 전분기때보다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재고를 제외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에 그쳐 2분기 2.1%를 하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 침체에 셧다운 여파로 4분기 전망 더 '캄캄'
전문가들은 소비지출이 둔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존 실비아 웰스파고시큐리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의 둔화가 기업들의 재고 축적이 불필요한 짓이라고 말해주고 있다"며 "늘어난 재고가 판매되지 않는다면 다음 분기 성장률은 기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짐 바드 플랜드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올해 말 국내 수요가 가속화돼야 기업들의 재고 운영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 증가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향후 생산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지출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5%로 직전분기에 비해 둔화됐지만, 저축률은 4.7%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거나 소비행위에 더 신중해졌음을 반증한다.
이와 함께 지난달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4분기(10~12월) 성장률은 더 둔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정부폐쇄의 부정적 영향이 기존의 전망치를 0.6%포인트 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 크레딧스위스, TD시큐리티, USA LLC, HSBC시큐리티 등 주요 기관들은 미국의 4분기 GDP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1.5%를 하회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측도 4분기 GDP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2014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전망됐다.
거스 파우처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주택시장을 비롯해 무역수지가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성장률은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실속없는 GDP 성장에 테이퍼링 우려 커지나
일각에서는 2.8%라는 예상 밖 GDP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출구전략이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올해 상반기 버냉키 의장이 경제 성장의 신호가 포착될 경우 향후 몇 달 내에 자산매입 규모 축소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은 경제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어니 세실리아 브라이언 마우어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상을 상회하는 GDP 성적에 연준의 테이퍼링이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GDP만으로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기업재고와 무역수지를 제외한 세부 지표들이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데다가 10월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는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겨우 1.7% 늘어나는데 그친 국내 수요가 연준의 테이퍼링을 부추기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슈아 데널레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뚜렷한 경기 회복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날 발표되는 10월 고용보고서에는 정부폐쇄의 여파가 반영됐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4분기 성장에 대한 더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어 월가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은 빨라야 내년 3월쯤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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