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9일 '용산 참사'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자진 사퇴'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자 사퇴 여부가 급한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며 정치권에서는 검찰 발표로 책임론이 설자리를 잃었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어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
이날 검찰 수사 결과는 김 내정자에 대한 경질론의 전제조건인 법적·행정적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형사책임을 면한 지금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주말 김 내정자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다는 보고서를 이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8차 라디오연설에서 원칙론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 대통령은 "원인이 다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시급한 일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김 내정자 본인의 자진 사퇴 표명이 있은 후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여권은 이번 사고와 김 내정자의 거취문제에 대해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검찰수사는 용산 사고가 특정인의 거취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한나라당은 재개발 문제의 근본적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도 "최종 사법적 판단의 잣대가 내려진 만큼 정치공세적 책임론은 공식 무효판정을 받았다"면서 "다음 선택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재발방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한 뒤 김 내정자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나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여권의 이 같은 분위기는 2기 내각이 출발부터 정쟁에 휘말릴 경우 '정책적 완성도'는 물론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최대 국정현안에 강공드라이브를 걸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야당이 '용산 참사' 수사결과 발표 이후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등 2월 임시국회를 '용산 국회'로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지는 것은 여권에 큰 부담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도의적 책임론을 펴 김 청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파이낸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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