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최선 다했다..아쉬워 않겠다"
"작년에 이미 대통령께 마이너스될 것 보고"
"감세 않았으면 국민한테 욕 먹었을것"
2009-02-08 12: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에 대해 "나는 경제전망을 좀 비관적으로 본다"며 "작년에 이미 대통령께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올해 -4%를 기록한 뒤 내년에 +4.2%라는데 왜 그게 8.2%포인트 오르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전년 기준이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재임 중에 추진했던 정책과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강 장관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관련 "더 잘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나간 것은 그리우나 새로운 내일을 위해 가는 것'이라는 푸시킨의 싯구를 인용하며 "아쉬워하진 않겠다"고 했다.
 
◇ "최선 다했다..아쉬워하진 않겠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경제를 위해 세금을 줄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되 국가는 빚을 지느냐, 세금을 많이 거둬 국가는 재정건전성이 좋아지되 기업은 힘들게 하느냐의 문제였다"면서 "어느 것이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택해야 했고, 세금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5년 뒤를 보느냐, 10년 뒤를 보느냐의 문제"라며 "세금을 깎아주면 사람들의 소비행태가 달라진다. 동태적·장기적으로 보면 감세가 파워있고, 정태적·단기적으로 보면 재정지출이 파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년 세계잉여금이 15조원이 넘었고 올해도 초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4년동안 그래왔다"면서 "G-20회의 때 다른 재무장관에게 '재정흑자가 고민이다'고 하니 다들 어이없어 하더라"고 G-20회의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는데 작년에 감세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남겼다면 국민한테 많은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는 지적에는 "재정건전성은 경제의 목적이 아니라 경제를 잘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분명히해야 한다"고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 장기적으로 '감세',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이 낫다 
 
상속·증여세 감면 등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에는 "소득세보다 상속세를 많이 부과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우리나라 뿐"이라며 "나는 부자도 아니고 살아온 환경이 부자를 잘 봐줘야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내가 왜 부자를 위해서 감세정책을 하겠나. 경제가 잘 되고 감세를 통해 경제가 잘 된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재임 시 보람 있었던 기억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데 딱히 보람스러운 시기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재정부에 들어온 날부터 지난 주까지 토, 일요일도 예외 없이 한 번도 머리가 쉰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 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다.
 
강 장관은 "처음부터 장관을 1년 정도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거기에 맞춰 정책을 했다"고 미련이 없음을 피력했다.
 
기자들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는 "내가 문학적 표현을 좋아해 기자들이 기사쓸 때 제목 나올 수 있는 것을 말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면서도 "다시 장관을 하게 된다면 가장 비문학적이고 기사 안되는 이야기만 하겠다"고 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옮기면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이냐는 질문에 "머릿 속으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경제·금융 현안보다는 비경제적인 것에 중점을 둔다는 보도도 있던데 맞는 것도 있지만 100% 맞는 것도 아니다"며 뉘앙스를 남겼다.
 
◇ "기사 안되는 이야기만 할 것"
 
그러면서 당분간은 뉴스메이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과거 김석동 전 재경부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주위에 기자와 국회의원이 없으니 세상에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없더라'고 했다"며 "당분간은 기사가 안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빨강색 타이를 맨 강 장관은 타이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언급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동양에서 빨강은 행복을 뜻한다"며 "얼마 전 녹색뉴딜 발표 때는 그린, 1월1일 정초에는 골드로 골랐다"며 "골드가 경제와 돈을 뜻해서 그랬다"고 풀이했다.
 
강 장관은 또 "내일모레는 실버를 할 생각"이라며 "미국 사회에서 '그레이'는 기념할 때 입는 색깔이다"고 말해 자신이 추천한 윤증현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고, 자신의 퇴진을 스스로 기념하고자 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으로서 MB노믹스의 지휘자로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앞에서 사상 초유의 경기부양책을 입안한 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내려 놓는 '회한'이 읽히는 부분이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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