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봉神' 모델 한화케미칼 와이어앤케이블 실체를 보다
초고압케이블 수요 증가로 XLPE 수요 증가 기대
2013-10-18 15:14:51 2013-10-18 15:18:15
[여수=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 16일 전라남도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한화케미칼 공장.
 
회색빛 돔과 타워가 빼곡히 들어선 화학공장 내에 초록 빛깔을 띤 네모반듯한 생산시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화케미칼 원료사업 부문의 미래, 와이어앤케이블팀 생산기지다.
 
인기 웹툰 '고삼이 집나갔다'의 홍승표 작가가 지난 7월부터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연봉신'도 바로 와이어앤케이블을 연구하는 기능성소재개발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실체 속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열병합·원자력 등 초고압 설비 늘면서 절연체로 각광
 
여수 와이어앤케이블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초고압케이블 내 절연체로 쓰이는 가교폴리에틸렌(XLPE)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XLPE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전압이 낮아 절연체 소재는 폴리염화비닐(PVC)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PVC의 시대가 저물고, XLPE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열병합발전소와 수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154·220킬로볼트 규모의 초고압을 요구하는 대규모 설비가 들어서면서 절연체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PVC는 고압의 전기가 흐르면 전압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폭발 위험성이 높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어 대안이 절실했다. 
 
반면 XLPE는 절연성은 물론 열과 가교 안정성, 장기 압출 가공성 등의 장점을 두루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PVC를 밀어내고 빠르게 절연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한화케미칼의 와이어앤케이블 생산공장.(사진=양지윤기자)
 
◇이물질 최소화가 경쟁력 관건..한화케미칼, 원료 확보단계부터 원천 차단
 
공장의 맨 꼭대기인 9층으로 올라가자 바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원료인 LDPE가 지상에서 50미터 높이에 올라오자마자 기계를 통해 이물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나는 진동 때문이다. 공장은 자유낙하 원리와 유사한 공정을 도입, 공장 1층에서 완제품이 나온다.
 
공장이 이처럼 하향식으로 설계된 이유는 이물질 함유량이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XLPE는 70만 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이상의 이물질을 얼마나 필터링을 잘 하는지가 곧 기술력이자 경쟁력이다.
 
초고압케이블은 고압의 전기가 흐르며 열이 발생하고, 수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빈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절연체에 이물이 있을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중력을 활용한 자유낙하공법은 이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설비라는 게 한화케미칼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한화케미칼이 경쟁업체들과 뚜렷하게 차별화 되는 지점은 원료 도입 초기단계부터 이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차량으로 운반된 LDPE를 공급받는 데 반해 한화케미칼은 LDPE 공장에서 파이프를 통해 원료를 확보한다.
 
조영영 한화케미칼 와이어앤케이블 생산팀 매니저는 "경쟁사들은 차량을 통해 공장으로 이동시킨 원료를 붓는 과정에서 이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연결된 파이프로 LDPE를 받으면 이물질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압케이블 절연체의 원료가 되는 XLPE.(사진=양지윤기자)
 
◇한화케미칼, XLPE 시장의 '연봉신'
 
지난해 기준 전 세계 XLPE 시장 규모는 54만5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스웨덴 보레알리스와 미국 다우케미칼이 각각 15만톤, 13만톤을 공급하며 시장의 절반을 넘는 53%를 차지했다.
 
뚜렷한 양강구도 속에 한화케미칼은 다우케미칼의 절반 수준인 6만5000톤을 시장에 공급하며 업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공급능력은 미미하지만, 업력과 생산 규모 면에서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웹툰 '연봉신'은 서'얼'대 출신에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 연봉신이 서류상 착오로 한화케미칼에 입사, 모든 직원들이 꺼리던 기능성소재개발부로 발령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봉신은 현재 괴짜 이나노 팀장과 함께 거대 공룡기업 '킹왕케미칼'의 경쟁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어찌 보면 연봉신은 와이어앤케이블 시장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한화케미칼의 발자취를 연상케 한다.
 
◇네이버 웹툰 '연봉신'
 
◇석유화학, 성장 한계 직면.."낮은 물류비와 공급 안정성이 경쟁력"
 
골리앗을 상대로 한 싸움과 진배없어 보이는 와이어앤케이블 시장에 한화케미칼이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 시장의 성장 한계를 꼽는다. 생산 단가와 물량 싸움만으론 더 이상 매출과 수익을 담보키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의 한계는 후발주자에게 있어 곧 기회였다.
 
물론 와이어앤케이블 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 쟁쟁한 선점업체들이 포진한 데다 주로 개별 국가의 전력청과 공급계약을 맺기 때문에 업력은 곧 신뢰성과 직결된다. 후발업체들로선 진입장벽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단 시장만 뚫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저전압 제품에 비해 서너 배 이상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시장 진출의 또 다른 배경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XLPE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다우케미칼의 일본 지사를 제외하면 한화케미칼과 LG화학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유럽과 미국에 포진한 보레알리스와 다우케미칼과 비교해 물류비 경쟁력에서 만큼은 국내 기업들이 앞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내수를 비롯한 역내 시장에서 물류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 것도 우리가 지닌 강점"이라며 "국내외가 고전압으로 전력설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따라간다면 XLPE의 수익 기여도도 그에 상응에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신의 고군분투는 진행행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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