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급했던 근로시간 단축안"
정부여당, 주당 근로시간 '68→52' 추진.."줄어든 근로시간, 임금 보전 같이 가야 의미 있을 것"
2013-10-09 10:25:13 2013-10-09 10:29: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부여당이 근로시간 단축을 뼈대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지나치게 '고용률 70%'란 구호에 매달리다 숙의 없이 불쑥 입법안을 내놨다는 지적이 많다.
 
당사자인 노동계와 재계 역시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사회적 숙원인 만큼 임금 보전 등 뒤따르는 대책을 탄탄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반길만한데"
 
정부여당이 지난 7일 합의한 내용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며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고 ▲시간 선택제 근로를 확대한다는 것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초과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평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은 일주일에 최장 68시간까지 허용되고 있다.
 
정부여당 안대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16시간이 빠지면서 법정근로시간도 최장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여당은 이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세부적으로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 100~1000명 사업장은 2017년, 100명 미만 사업장은 2018년부터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재계 정도를 제외하면 근로시간 단축안 자체에 대해선 반기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국내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도 상당한 편이며 이를 줄여야 한다는 논의는 해묵은 과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11년 기준 국내 노동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0시간으로,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765시간보다 325시간 더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자료제공: 새사연
 
◇"초과수당 절실한 저임금 노동자 어떡하라고.."
 
문제는 줄어든 근로시간을 제대로 보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현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노동자는 임금을, 사업장은 생산성 하락 문제에 당장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35~50% 수준에 불과하고 기본급 출발을 낮게 잡고 있는 대신 각종 초과수당이 다양하게 붙는 임금 형태"라면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자 삶의 질은 나아질지 모르지만 당장 임금이 반토막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지만 임금까지 같이 줄면 노동자 입장에서 더는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진보정의당도 8일 정책논평을 통해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의당은 이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낮은 급여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벌충해 왔다는 점을 들어 "저임금 노동자는 당장의 ‘때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향후 5년간 최저임금을 매년 두 자리 수로 인상하고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복리후생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사회적 중지도 모으지 않고.."
 
노동계에서 이번 정책의 '단계적 시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노총은 당정합의 내용이 알려진 직후 논평에서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를 달리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을, 한국노총도 이날 "재계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든 사업장에서 일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가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이면 사업장 역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력 수급 면에서 여력이 많지 않은 영세기업이나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7일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휴일근로를 실시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대책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처사"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이 애초 의도한 대로 제도가 연착륙 하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동자 임금 손실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사회적 중지를 모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가 노동시간을 쪼개 일자리를 늘리고 당초 공약한 고용률 70%를 맞추느라 다소 성급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정부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근로시간은 결국 시간제 일자리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 노동계의 오랜 이슈였는데 고용율 때문에 노사정 합의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렇게 나오다보니 발언권 없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대책 같은 게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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