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주회사'에서 '협동조합' 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나?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도 덜컹대고 있는 것은 이처럼 성격이 판이한 조직 운영 방식이 뒤섞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발전연구부장은 4일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제대로 되고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지적하며 협동조합 운영 원칙을 살리는 방향으로 농협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부장은 "농협의 지주회사는 1인 소유의 주식회사이지만 협동조합 소유의 기업이므로 협동조합 운영원칙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부장은 그 세부방안으로 농협법의 '지주회사 이사회 구성 절차'와 관련, 중앙회 지배보다는 조합의 지배를 강화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금융지주 이사회에 조합장 이사 수를 늘리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황 부장은 농협 지주회사의 이사회를 현행 단일이사체제에서 '집행이사회'와 '통제이사회' 두 개를 두는 이중 이사회 구조를 도입하자는 견해도 밝혔다.
이는 경영과 감독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로 협동조합 경영은 전문가가 책임지고, 통제이사회는 경영인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하자는 주장이다.
황 부장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이 자체 생산활동만 한다"며 "농업인은 경영분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통제와 집행기능을 분리하는 게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황 부장의 주장은 '농협 지주회사'라는 특징이 중앙회의 과도한 영향력을 불러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선조합의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고 협동조합의 장점 역시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황 부장은 "농협의 신용사업, 경제사업, 교육지원사업을 분리한 것은 단순히 물적 분할뿐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의 독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론 금융사업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제사업은 경제지주 이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사업별 독립적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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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3월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참석자들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아직까지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이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플로어에선 각 지역 조합 관계자가 참석해 격앙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FTA에 대한 농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급하게 농협의 신경 분리 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그게 지금까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농민은 죽어 가는데 중앙회는 배불리고 있다"며 "이를 바엔 차라리 농협 중앙회를 해체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지주회사 체제인 것은 프랑스가 유일하다"며 "프랑스는 지주사라 하더라도 지주사를 컨트롤하는 것이 조합원이고 그 점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헌목 한국농산업연구소장도 "농협 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건 조합원 지배체제를 확립하는 것이고,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장치가 지배구조에 들어가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프랑스 사례를 들면서 "농민에 의한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금융사를 완전히 해체해서 주식을 농민에게 나눠주는 극단적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그렇게 농민이 지분을 갖게 해야 농협이 '내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운영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봉순 농림축산식품부 농협경제지원팀장은 이에 대해 "애초 농협의 사업구조를 분리한 건 경제사업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였고 지배구조나 자본금 문제는 부수적 차원의 이야기였다"며 "원칙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근본문제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효율성과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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