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경제단체 수장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역할 분담을 통해 재계의 고충을 알리는데 총력전을 기울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8일 "기업 관련 입법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면 현안인 상법 개정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비롯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부담을 박 대통령에게 에둘러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사진)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간 오찬간담회에서 기업규제 입법의 완급 조절을 강조하며 "대한상의에서도 국회와 소통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현안인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도 전했다. 박 회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모든 기업에 해당되고, 공멸의 문제이므로 잘 해결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특히 박 회장은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선 기업이 솔선해 투자·일자리·사회공헌에 기여하는 선순환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기업 정서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주문하는 박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할 뜻임을 내비친 일종의 화답성이 짙다.
박 회장은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만나보니 중소기업들의 분위기가 어려웠다"면서 "투자 의지는 있는데 투자처가 없는 중소기업도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과 함께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은 박 회장이 지난 21일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뒤 대한상의 수장으로서 박 대통령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다.
박 회장은 이날 오찬 참석 직후 소감을 통해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노력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애쓰시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졌다"면서 "회의가 틀에 짜여져 있지 않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낄수 있는 회의였음을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고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현재 30대 그룹은 올해 연간 전체 계획으로 연초 대비 약 6조원이 증가한 155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연간 투자계획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모처럼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기업들이 연간 투자, 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면서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가 통상임금과 상법 개정안 완화를 완곡하게 요청하고, 전경련이 투자와 고용 활성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당근을 주는 대신 그에 맞는 반대급부를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두 경제단체 수장이 각각의 역할을 나눠 짊어진 것.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부담을 덜어줄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특히 최근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를 바라는 경제계의 요청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은 원점 상태로 되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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