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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마감)미흡했지만 드러난 진실과 의혹들
경찰 축소 수사·김용판 의문의 점심식사 등 새로운 쟁점 부상
2013-08-23 10:57:16 2013-08-23 11:00:24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가 23일 마감됐다. 여야간 이견이 커 결과보고서 채택은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의 과도한 국정원•경찰 옹호와 민주당의 준비 부족으로 국정조사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많다. 민주당은 증인으로 불러내는데 실패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 자체가 유명무실했던 것은 아니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명확해진 사실과 부각된 의혹들을 되짚었다.
 
◆ 경찰의 축소 수사 발표
 
지난 19일 있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팀의 분석 자료에 국정원 요원의 여론 조작 증거가 들어있었다고 증언했다.
 
권 전 과장은 “최종적으로 인케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본 바로는 국정원 김직원이 오늘의 유머 싸이트의 평판 시스템을 자세히 분석한 문서를 확인했다. 실제 여론조작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추천조작•반대조작되었습니다’ 라는 문서들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청 분석팀은 대선이 끝난 지난해 12월19일 새벽에 분석자료를 수서서 수사팀에 넘겨줬다.
 
하지만 분석 내용을 볼 수 있는 인케이스 프로그램은 주지 않았다. 결국 수사팀은 사흘이 지난 22일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팀이 대선 개입 증거를 은폐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아이디 ‘서태지난’이 글을 올린 후 10분 후에 국정원 요원 아이디 ‘숲속의참치’가 반대를 클릭했다. 그런데 당시 분석 과정에서 요원이 열람 밖에 안 했다고 은폐했다”고 공개했다.
 
경찰 분석관들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수미 전 디지털증거분석팀 분석관은 반대 틀릭 사실을 누락시킨 것에 대해 “임의제출 범위에 맞지 않아서 제외했다”고 대답했다.
 
수서서에서 제시한 키워드 100개를 분석팀에서 4개로 줄인 것도 문제가 됐다.
 
권 전 과장은 “키워드 축소는 수사 축소를 의미한다”며 자신은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보규 분석팀장은 “키워드 100개를 다 검색할 경우 시간만 소비된다. 아이디•닉네임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수서서의 키워드 100개로 검색했을 경우 컴퓨터 하드와 인터넷에서 국정원 요원이 쓴 글이 추가 발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 김용판, 댓글 흔적없다는 수사결과 발표 전날 의문의 점심
 
김용판 전 서울경찰 청장은 지난 12월16일 축소 은폐된 국정원 요원 댓글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발표 전인 12월15일 김 전 청장이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해졌다.
 
의혹을 부추기듯 김 전 청장은 이날 업무일지에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과장, 직원들과 오찬을 가진다고 허위로 적어놓고,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누군가를 장시간 만났다.
 
지난 16일 있었던 1차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점심 때 누구를 만났는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김 전 청장은 질문에 “저녁에 손톱을 다친 충격으로 그 이전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치권 인사는 절대 아니다” 등 황당한 대답을 해 의혹을 더 키웠다.
 
김 전 청장은 그날 아침 분석팀으로부터 국정원 요원이 삭제하려고 했던 메모장을 발견했다는 수기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이 이 보고를 받은 다음 청와대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 축소 은폐 발표를 논의한 것으로 의심했다.
 
민주당은 경찰이 촬영한 CCTV에서 분석관들이 12월15일 오후까지 정상적으로 분석 작업을 하다가 김기용 경찰청장의 방문 이후 증거를 삭제하고 허위 브리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이날 점심 식사에서 음모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 MB,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 알았나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5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2009년 대북심리전단을 1개 팀에서 4개 팀으로 확대개편하고 심리전단장을 2급에서 1급으로 격상시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활동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게 아니라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면 청와대에서 결제해 내려 보내는 것"이라며 "인사안에 심리전단이 어떻게 된다는 내용은 없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 재가 없이는 국정원 직급을 격상시킬 수 없다”며 원 전 원장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언론을 통해 심리전단 4개팀 중 1팀은 기획을 담당하고 나머지 3개 팀은 인터넷 댓글 달기 업무를 맡아왔다고 밝혔다.
 
2팀은 네이버, 다음(035720) 등 대형 포털 담당, 3팀은 오늘의 유머 등 중소형 싸이트, 그리고 5팀은 SNS 담당이었다.
 
댓글 작업이 발각되고 경찰 수사를 받은 국정원 요원은 3팀 5파트 소속이다.
 
◆ 청문회 선서 안한 김용판, 위증 가능성
 
김용판 전 청장은 1차 청문회에서 12월12일 권은희 전 과장에게 전화를 해 “수사를 격려했다”고 증언했다.
 
2차 청문회에서 권 전 과장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요원 압수수색 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 전 청장이 전화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16일 댓글 사건 중간 수사 발표에 대한 김 전 청장의 증언도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달랐다.
 
김 전 청장은 이례적으로 밤 11시에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이 높고 언론에 유출될 위험이 컸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나오자 마자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권은희 전 과장에 따르면, 수사팀은 16일 낮부터 경찰청이 결과 발표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청에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를 요청했다.
 
또 경찰청은 수서경찰서에 미리 보도자료를 작성하도록 하고 발표 5시간 전부터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이광석 서장은 "(발표) 시간은 23시로 정해져 있었다"는 증언도 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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