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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커지는 김용판 12월15일 행적..靑 인근서 누군가와 점심
김용판,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 안 난다".."손톱 다친 충격으로 기억 잃어"
2013-08-16 20:59:38 2013-08-16 21:02:4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청문회가 열린 16일, 민주당 특위 의원들은 김 전 청장에게 지난해 12월15일 점심을 같이 먹은 인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었다.
 
김 전 청장은 그날 행적에서 유독 그 시간의 행적에 대해서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김 전 청장은 "손톱을 다친 충격으로 그 이전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황당한 핑계를 댔다. 또 누구와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치인과 국정원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질의에서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처음 이 질문을 꺼내들었다. 김 의원은 김 전 청장에게 "12월15일에 점심을 먹었냐"고 단독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기억이 없다"면서도, '청와대 근처에서 먹은 것이냐'는 김 의원의 추가 질의에 대해선 "선거와 관련된 사람과는 식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질의에서 김 전 청장의 '12월15일 점심식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물었다.
 
박영선 의원은 김 전 청장의 병원 기록을 토대로 "15일 오후 5시에 사우나에 간 것으로 돼 있다. 사우나 간 시간과 점심 먹은 시간이 이어진다. 다섯 시간 동안 점심을 먹은 게 중요하다"며 식사 대상에 대해 캐물었다.
 
김 전 청장은 박 의원의 계속된 추궁에 "손톱을 다친 이후에 기억이 나고, 그 이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청문회장에 이곳저곳에서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박 의원은 "그게 말이 되냐"며 "15일 점심을 누구랑 먹었는지에 미스터리가 있다"고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전해철 의원은 청와대 인근의 구체적인 식당명을 거론하며 "'백송'에서 식사한 게 맞냐"고 물었다. 김 전 청장은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15일 오전에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수사과장으로부터 국정원 요원 김모씨의 메모장을 발견해서 (그 속에 김모씨의 댓글 작성을 뒷받침할) 내용이 있다는 수기보고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용을 받은 게 맞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그런 것을 받은 것으로.."라고 말끝을 흐리며 사실을 인정했다.
 
전 의원은 "그런 보고를 받고 '백송'에서 누구랑 있었는지 말하지 않으면 우리가 의심하는 사람들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불과 몇달 전에 오랫동안 밥을 먹었고 술을 깨기 위해서 사우나 간 것 아닌가. 거기서 사우나 문에 손가락을 다친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전 청장은 "술은 먹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구로에 갔기 때문에 그것은 기억난다"고 음주 사실을 부인했다.
 
김민기 의원은 "두 시간 동안 먹은 저녁은 누구와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다섯 시간 동안 먹은 점심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 전 청장은 김 의원이 점심식사 자리에 정치권 인사와 함께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자 "정치권 인사는 절대 아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후 "그럼 기억이 안 나는 것이 아니지 않냐"는 김 의원의 비판이 있자 "제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그 말은 오버한 것으로 정리하겠다"며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정청래 의원은 저녁 정회 시간을 이용해 '백송'의 예약접수증를 구해왔다. 정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청장 일행은 오후 1~5시까지 7명이 식사를 해 28만원 계산했다. 정 의원은 또 이 자리에서 소주 2병과 맥주 5병을 먹었다는 사실도 확인해줬다.
 
정 의원은 "이 식사 이후 갑자기 분석실의 분위기가 바뀐다"며 "지시가 없었으면 갑자기 바뀌었겠냐"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이에 대해 "기억을 선명히 못해서 그렇지 15일에 지시를 내린 적은 전혀 없다"는 기억을 설명했다.
 
박영선 의원은 "아까 정치인이냐고 물으니 펄쩍 뛰었는데, 그럼 국정원 직원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누구랑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사건에 관련돼 정치인이나 국정원 직원과 어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누구와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치인이나 국정원 직원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과 만나지 않는데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왜 통화를 했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선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와 있어서 받았다"고 말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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