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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오락에 기반하지 않은 유일한 음악"
첼리스트 지안 왕 인터뷰
2013-07-31 13:57:28 2013-07-31 14:00:4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 지안 왕(45, 사진)이 대관령국제음악제로 내한했다. 평소에도 연주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자주 방문하는 그는 이 음악제 참가만 벌써 7번째다. 이번 축제에서 지안 왕은 연주일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학생 지도에도 직접 나서는 등 맹활약 중이다.
 
4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첼로를 배운 지안 왕은 10살 때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서양에 알려진 바 있다. 이후 도미해 예일음대를 거쳐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했고 동양인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을 녹음한 경력이 있다. 아바도, 스왈리시, 두다멜 등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그리고 시카고심포니, 베를린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허바우, 런던 심포니 등의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화려한 행보를 이어왔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난 지안 왕은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깊이를 지닌 그의 연주와 무척이나 닮은 화법으로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하는 모습이었다. 유명 연주자의 지지와 후원에 힘입어 세계적 아티스트로 성장한 지안 왕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어떤 의미인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축적해온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관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다음은 지안 왕과 나눈 일문일답.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연주회 무대에 서고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소감은?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7번째이다. 지난 2년 동안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지만 올해 다시 활동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바이올린과 첼로를 하는 한국 학생들의 퀄리티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할 때마다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돼 무척 놀랍다.
 
-1979년 아이작 스턴에 의해 첼리스트로서 당신이 서양에 처음으로 알려진 후로 벌써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의 중국 분위기와 지금의 분위기를 비교해달라. 음악 하는 환경은 얼마나 달라졌나?
 
▲중국은 1979년 이후 많이 변했다. 사실상 지난 30년 동안 중국만큼 빠르게 변화한 경우가 역사상 없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클래식 음악은 한국만큼은 발전하지 않았지만 관객 숫자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다. 혹자는 4000만 명의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중국의 인구 규모를 볼 때 미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콘서트에서 좋은 라이브 연주를 듣기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주요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훌륭한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중국 관객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15개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 있고 향후 10년 내로 15개 정도 더 늘어날 것이다. 미래가 무척 밝아 보인다.
 
-동양인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에 입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음악적 재능 중 어떤 부분이 서방세계에 어필했다고 생각하는가?
 
▲피아니스트 마리아 호앙 피레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덕분에 중국 음악인으로서 처음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녹음할 수 있었다. 이들이 지도편달해준 덕분에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는 중국의 약진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중국의 최고 첼리스트라는 게 아마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주로 정통 클래식 음반을 내지만 기타와 함께 협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음반 녹음 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로서는 단지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 있을 뿐이다. 물론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은 위대하다. 많은 세대에 걸쳐 위대한 연주자들과 청중이 레퍼토리를 시도하고 또 검증해왔기 때문이다. 동시대 음악과 팝 음악 중에도 완벽한 보석이 있지만, 그 음악이 진짜로 특별한 음악인지를 알려면 신중하게 꿰뚫어봐야 한다.
 
클래식 음악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엔터테인먼트에 기반하지 않은 유일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영혼에 가까이 가려 하고 영혼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묘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은 교회에서 발생했지만, 위대한 작곡가들이 여러 세대를 거쳐 매우 다른 스타일을 창조해왔다. 그들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용기를 주고, 정신을 고양시키는 소리에 대한 요청을 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음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혼의 더 좋은 부분을 상기시키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도록 우리 모두를 연결하며, 인류의 가장 놀라운 특성인 느낄 줄 아는 능력을 기념하는 것이다.
 
-전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이제까지 만나본 음악가 중 가장 인상적인 오케스트라나 지휘자는 누구였나?
 
▲많은 위대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과 연주한 것은 정말로 행운이었다. 마에스트로 아바도는 내게 정말로 특별하다. 그의 지휘 아래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한 것은 늘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할만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예술적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음악과 예술은 삶을 반영한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나 자신이나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발생한다. 예술가는 이런 것들을 알아차리고 이런 순간과 이야기를 예술로 전환해낼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다.
 
-동양인 중 뛰어난 솔로이스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아시아인들이 클래식음악을 더 많이 공부한다. 세계의 모든 콘서바토리를 구성하는 학생들만 살펴봐도 이건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는 부분적으로 아시아에 있을 것이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많은 위대한 연주자들이 아시아인일 것이라는 점은 불가피하다고 느낀다.
 
-솔로이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연습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건 별도의 얘기다. 솔로이스트가 된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연습하는데, 연습할 때 심지어 마음이 텅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쉽지 않은 일이고 때로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 견뎌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대한 솔로이스트들은 대부분 외로운 영혼을 지녔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로운 영혼 만이 예술을 진정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한공연도 자주하고 있다. 한국 관객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한국 관객은 환상적이다! 용기를 북돋아 주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 관객을 위해 연주하는 것은 완벽한 기쁨이자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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