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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남한 법원서 '친생자확인'소송 첫 승소확정
2013-07-31 06:00:00 2013-07-31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북한 주민들이 월남한 아버지와의 친생자 관계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져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북한주민이 월남한 부모와의 친생자 관계를 대법원으로부터 처음 인정받은 사례로, 유사한 소송과 함께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적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북한 주민 윤모씨(71) 등 4명이 "월남해 남한에서 살다가 사망한 아버지의 친생자임을 확인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자필로 소송위임장을 작성·제출해 소송을 원고 대리인에게 위임한 사실이 분명한 이상 별도의 공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소송위임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이 사건 소송이 신분상의 법적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주된 고려대상으로 삼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송 위임 과정에서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원고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된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고 원고들과 같은 남북 이산가족들이 부모·자식의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되므로 원고 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 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살펴볼 때 원고들이 월남해 사망한 아버지의 친생자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의 아버지 윤씨는 북한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다가 김모씨와 결혼해 2남4녀를 뒀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1.4후퇴 때 큰 딸 A씨만 데리고 월남했다가 서울에 정착했다. 윤씨는 1957년 가호적을 만들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처와 A씨만 등재하고 나머지 자녀들은 등재하지 않았다.
 
이후 윤씨는 동거하던 권모씨가 아이를 낳자 북한의 처 김씨를 1952년 사망한 것으로 신고한 뒤 1959년 권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낳고 서울 영등포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재산을 모았으나 1981년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다가 1987년 11월 사망했다. 윤씨의 재산은 약 20년 동안 상속처리되지 않다가 남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만 상속됐는데, 이를 두고 A씨과 권씨 등 남한 가족들 사이에 재산다툼이 생겼다.
 
그러던 중 A씨는 일본에 있는 외삼촌을 통해 어머니 김씨와 남동생 1명이 사망하고 동생 네명만 북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재미교포 선교사를 통해 동생들의 소재를 파악한 뒤 소송위임장 등 소송서류와 유전자 감식에 필요한 동생들의 모발과 손톱 등을 건네받은 뒤 이를 증거로 남한에서 2009년 2월16일 검사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재판의 관할이 우리법원에 있고 사건에 적용할 준거법 역시 우리 민법임을 확인한 뒤 정밀감식을 통해 A씨와 북한에 있는 동생들이 윤씨의 친자임을 인정했으며,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제척기간이 지났음을 주장했으나 1, 2심 재판부는 "윤씨가 사망한 사실을 북에 있는 원고들이 안 때는 선교사를 통해 사망사실을 전해들은 2008년 4월이고 소송을 그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한 것이 명백한 이상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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