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국내 독자들 중에는 서양고전이 한국적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읽기를 꺼려하는 자들도 꽤 있다. 그것이 현대 미국문학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아무리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라고 해도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면 그저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기 위한 일종의 '자기 만족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읽어보진 못했더라도 그 제목만큼은 한번 쯤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소설은 스크린에서 부활할 때 비로소 그 깊은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문학적인 감독 바즈 루어만의 손을 거치자 역시나 눈과 귀가 즐거워졌다. 영화는 마치 감독의 전작인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가 겹쳐보이듯 텍스트와 영상이 절적히 조화를 이루며 흘러간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초반부에 도덕이 해이해지고 재즈가 유행하고, 불법이 난무하며 주가가 끝없이 치솟았던 1922년 당시 뉴욕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속 화자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 분)는 뉴욕 롱아일랜드 신흥부자들이 모여사는 웨스트 에그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집 바로 옆엔 마치 거대한 성을 떠올리게 하는 초호화 별장이 있다. 그곳의 주인은 어딘가 비밀이 가득한 의문의 사나이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다. 닉은 부모의 재산을 물려 받은 상류 계층이 모여 있는 이스트 에그에서 결혼생활 중인 사촌 여동생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 분)의 집에서도 개츠비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개츠비의 호화 별장에서는 매일 같이 영화배우나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화려한 파티가 열리지만 정작 개츠비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닉만이 개츠비로부터 정식 초대장을 받는다. 그리고 닉은 처음으로 찾은 파티장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개츠비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사촌 여동생 데이지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개츠비는 사랑했지만 가난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엄청난 부를 쌓았던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 분)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데이지는 다시 찾아온 옛사랑에 앞에서 마음이 흔들렸지만 개츠비의 무서운 집착과 계층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으로 남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닉은 옆에서 지켜보게 되고 사랑에 대한 환상과 배신, 그리고 타락해버린 꿈에 대해 곱씹게 된다.
닉이 개츠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뒤 제목에 '위대한'을 붙이게 된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결국 피츠제럴드가 말하고자 했던 바라는 걸 영화는 마지막에서 보여준다.
3D로 만들어진 영화는 1920년대 현실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때로는 판타지적인 공간을 몽환적인 느낌으로 살려냈다. 재즈에 뿌리를 둔 힙합 장르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함으로써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꽤나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사운드 트랙에 공을 들인 티도 역력하다. 그러나 '물랑 루즈'처럼 뮤지컬로 만들지 않을 바엔 오히려 과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각색이 책과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했지만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추진력이 약해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톰의 정부 머틀 윌슨(아일라 피셔 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원작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새드엔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속설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는 아쉬움이 있다.
16일 개봉. 상영시간 14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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