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판 '로제타 플랜' 본질은 `반쪽`
2013-05-07 07:46:02 2013-05-07 07:48:57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나는 로제타. 나는 일자리가 생겼어.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거야. 나는 시궁창에서 나올 거야."
 
<로제타>(사진)란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벨기에 다르덴 형제가 감독했고 199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십대 소녀의 실업과 생활고를 다루고 있는데 사연이 절절하기 그지없다.
 
로제타는 인턴기간이 끝나면 잘리기 일쑤고 실업수당 혜택도, 고용안전소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유일한 피붙이인 엄마는 알콜중독 상태이고 엄마를 돌보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일자리를 얻으려면 친구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자리가 와플 판매 아르바이트.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이 소녀는 결국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마저 쓰고 있는 가스가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영화는 반향을 크게 일으켰다. 벨기에 정부가 영화제목을 따 2000년 '로제타 플랜'을 시행했을 정도.
 
로제타 플랜은 '청년의무고용제'를 도입한 게 핵심으로,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전직원의 3% 이상은 청년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청년고용률이 3%를 넘으면 사회보장기여금을 깎아줬지만 이를 넘지 못하면 벌금을 물렸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도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 정원의 3%를 청년으로 고용'케 한 내용을 '권고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꿨다.
 
기존 조항은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해 이를 지키지 않아도 무방했지만 앞으론 반드시 따라야 한다. 실상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쳤던 법률에 강제성을 부여해서 청년실업률을 낮추자는 게 이 법의 취지다.
 
그런데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이 튀고 있다. 당초 이 법은 고용주나 사용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지만 정작 30대 미취업 청년층이 역차별을 제기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청년층의 범위. 개정안이 청년층 나이의 마지노선을 만 29세로 잡았기 때문에 30세 이상은 공공기관 취업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30세 넘어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데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법이란 지적이 있는가 하면, 논란 자체를 세대갈등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사실 개정안 어디에도 청년층 나이를 규정하고 있진 않다. 다만 기존 법에 딸려 있는 시행령이 만 15~29세로 청년층을 한정하고 있을 뿐이다. 논란이 일자 개정안을 발의한 측에서도 당혹해 하고 있다.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30대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고용노동부와 협의해서 시행령을 잘 다듬어 보겠다"고 물러선 상황이다.
 
청년층 범위를 넓히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까? 이를 테면 청년층 기준을 33세나 35세까지 잡으면 34세, 36세 미취업자와 형평성은? 청년층 범위를 아예 40세까지 넓혔을 경우 그때도 이 법을 '청년'고용촉진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OECD가 쓰고 있는 청년층은 24세까지"라며 "우리나라는 여기에 여러 사정을 감안해 29세까지 잡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 개정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청년층 기준을 잡기가 애매하단 점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두고볼 수 없는 일이다. 이 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를 생각하면 나이는 본질이 아닐지 모른다. 30대 청년층의 억울함과 분노는 이해할 만하지만 핵심은 한창 일할 청춘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현실에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한국판 로제타 플랜이 제시됐을 당시 당초 법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대기업에도 청년고용의무를 지우자는 내용을 담았지만 결국 공공기관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이 법이 '반쪽짜리'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거기서 찾아야 한다. 보완해야 할 게 있다면 고용질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같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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