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하도급법 개정안 가결.."공정거래법 연계" vs."대기업 옥죄기"
2013-04-11 16:36:49 2013-04-11 16:39:1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경제민주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그러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에서는 과징금 제도가 존재하는 이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중처벌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정무위에서 통과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원사업자(원청업체)가 수급업자(하청업체)에 기술유용,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수급업자에게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또 수급업자는 앞으로는 납품단가 조정협의권도 갖고, 조정협의가 결렬되면 하도급분쟁 조정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 환영.."공정거래법과 연계돼야"
 
하도급법 개정안의 실질적 수혜자인 중소기업들은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단가 후려치기'로 불릴 만큼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줬던 부당 단가인하와 기타 하도급 관련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해져 대기업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의 90% 이상 차지하면서도  그동안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태에 제대로 항변도 못했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원·하청의 갑을관계가 깨지기는 어려워도 수급업자들의 숨통은 틜 것"이라고 반겼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꺼낸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는 피해액의 10배였다"며 "수위가 낮아진 만큼 공정거래법과 연계해 하도급 관련 불공정이 아예 사라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난색.."시장에서 형성된 납품단가까지 협의할 판"
 
그러나 원사업자들로 이뤄진 대기업들은 개정안 가결에 난색을 보였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화두가 된 만큼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앞으로 대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도 과징금 제도나 각종 공정거래법상 규제로 불공정 거래행위들이 제재받는 상황"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중처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하도급거래라는 게 원·하청 관계에 있는 몇 개의 사업자들끼리 연결된 복잡한 문제"라며 "어디까지 책임소재를 따지고 위반사항이 있는지 실증적인 분석이 우선돼야만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번에 수급업자에게도 납품단가를 협의할 권한을 부여한 것은, 수급업자들이 납품단가를 짬짜미해 원사업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울 소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납품단가는 시장에서 형성된 것인데 이걸 협의하라는 건 수급업자가 가격을 정하라는 꼴"이라며 "수급업자들이 이를 악용할 경우 납품가 담합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한 영향력 행사로 대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했다.
 
◇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시동.."공정위 감시 강화해야"
 
하도급거래는 원·하청 관계의 몇 개 사업자들이 얽힌 문제인 만큼 관련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리한 각종 분쟁 중에서 하도급거래와 관련된 내용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2166건을 기록했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3년간 사건처리 현황>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경실련 관계자는 "원·하청 관계에 있는 수급업자는 피해를 입어도 항의나 법적인 문제제기를 할 경우 거래 단절과 각종 보복 등이 뒤따라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며 "공정위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개정안 통과로 경제민주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며 "공정위 차원에서도 실무적인 노력과 제반 규정을 마련해 하도급거래는 물론 다른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