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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김종훈, 그렇게 억울하면 의혹을 해명하라
갖은 의혹끝에 도피성 출국..미국 가선 모국 향해 '손가락질'
2013-04-01 17:47:42 2013-04-01 17:51:0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자신의 후보직 사퇴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글을 기고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신에 쏟아졌던 의혹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며 한국이 자신과 같은 인재를 담을 그릇이 안된다는 식의 내용이 가득했다. 
 
그는 '민족주의로 좌절된 한국으로의 복귀(A return to South Korea, thwarted by nationalism)'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이 "인터넷과 몇몇 주요 언론에서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을 "스파이로 예단"했고, "부인은 성매매와 관련이 있다고 비난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전 후보자는 "정치, 관료, 경제 영역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자신이 정치에 관심이 부족해 "(미래부 장관 수락) 결정을 하는데 순진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사퇴 이유를 한국의 '민족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자신에 대한 임명 반대의 목소리가 "대부분 나의 국적과 애국심 부족을 예단한 편견"때문이었다며 한국인이 편협하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다.
 
김 전 후보자는 사퇴회견과 이번 언론 기고를 통해서 자신의 사퇴를 한국의 '정치 현실'과 '민족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그런 한국의 상황이 자신을 '마녀사냥'으로 내몰았다며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 '민족주의'는 그의 사퇴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가 지명받은 후 그의 주장대로 언론과 야당에 의해 공격 받은 것은 자신이 갖고 있던 여러 의혹들 때문이었지, 결코 정치 현실 탓이 아니었다.
 
그는 또 '민족주의' 역시도 그가 교포이거나 그가 지명 직전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주관 부서인 미래부의 특성상 우리와 ICT 분야에서 경쟁하는 (국적 포기까지 1년의 시한이 남았던) 미국 국적자가 관할 부서를 맡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까지 있었다. 이것은 민족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로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국적자가 미 CIA 최고책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는 오히려 당시 언론에 크게 부각된 두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은 기고문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다.
 
우선 IMF 외환위기 당시에 국내 부동산 값이 폭락하자 100억원대의 건물을 매입하는 등 국내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해 '모국의 위기'를 재산증식 기회로 삼은 행태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한줄도 안썼다.
 
또 한국 벨연구소를 설립하며 기술이전을 봉쇄하는 계약을 맺어 과연 그가 자신의 말대로 한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애국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했던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전 후보자가 급작스러운 사퇴 기자 회견 후 미국으로 돌아간 뒤 언론과 인터넷 상에서는 그의 진짜 사퇴의 이유에 대한 여러 설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국적포기세' 때문에 장관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의혹이다.
 
1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국적포기세'를 물지 않기 위해 미국 시민권 포기가 필수적인 한국의 장관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후보자가 미 국적을 포기하면 미국인으로 받던 세금 혜택이 사라지고,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됐다고 들었다"는 새누리당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그가 미래부 장관 후보자직을 사퇴한 것이 자신의 말처럼 그토록 억울하다면 사퇴의 명확한 입장과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해야한다.
 
기고문에서 "내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해왔다" "한국의 경제적 기적은 내 뿌리를 자랑스럽게 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던 한국에 대해서 무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장관직을 사퇴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가더니 미국 언론을 통해 모국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이제라도 한국에 대한 '마녀사냥'을 접고 한국에서 일었던 의혹들에 대해서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의혹이 거짓이면 정정당당하게 모든 것에 해명을 하고, 의혹이 사실이면 한국에 대한 '마녀사냥'을 접고 한국민에 사과해야 한다. 그게 지금 그가 강조하던 한국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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