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한국인 여성 A씨는 스페인 국적의 남성 B씨를 만나 지난 2006년에 결혼해 이듬해 자녀를 출산했다. 그러나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2011년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남편은 스페인 현지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 합의 이혼 판결을 받아냈다. 남편의 외도로 부부 관계가 파경을 맞았지만 아내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데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스페인 법원은 남편의 책임을 이유로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 법원은 B씨의 소송을 각하했다. 부부가 외국에 거주한 탓에 우리 법원에 재판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B씨가 다시 한국에서 이혼 소송 절차를 밟을 길이 열렸다.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광만)는 스페인 법원으로부터 남편 B씨와 합의 이혼하라는 판결을 받은 한국 여성 A씨가 한국 법원에 제기한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은 국제 재판관할권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스페인 법원 판결대로라면 원고가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이끈 피고로부터 위자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편의 변호인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을 이유로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의 재산분할을 위해서도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게 옳다고 보고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와 재산분할 요구를 집행하려면 대한민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야 실효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B씨는 서울가정법원을 통해 한국에 존재하는 남편 소유의 재산에 가압류한 상태다.
이어 원고가 주장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양육하는 사건 본인에 대한 친권자와 양육자 지정 청구"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법원이 사건본인에 대한 친권자와 양육자 지정에 관여할 할 수 없다면 국민을 법으로 보호할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원고와 피고의 최종 거주지가 스페인인 점은 인정하지만, 혼인 후에도 원고와 자녀의 거주지가 대한민국으로 돼 있었다"며 "원고의 주거지를 대한민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 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고, 스페인 법원이 심리에 더 적합하다고 해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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