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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0년만에 재심 첫 공판 열려
2012-12-20 17:36:56 2012-12-20 17:38:44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 당시 법을 다루던 사람들에게 실체적 규명은 중요해 보이지 않아 보였고, 그들은 그저 나를 죄인으로 만들고자 했다. 20년 전 검찰은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나를 범인으로 낙인 찍었다.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공범으로 몰았다. 감옥에서 보낸 세월이 3년, 그리고 17년이 더 흘렀다. 살다보면 아주 재수없는 일이 있기도 하니, 나는 좀 더 억울한 일을 당한거라고 생각하며 잊어보려고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에 대한 성찰보다는 '잘못한게 없다'고, 아니 오히려 '잘했다'고 한다. 법원이 이 모든 것을 제 자리로 돌려 놓는 모습을 보여 달라."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는 20여년만에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심리로 20일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이 같이 항소이유를 낭독했다.
 
이날 강씨 측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 감정실 직원이 전원 참석해 감정을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과 유서의 필적은 다르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유서가 대필됐다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를 대필했다는 공소사실을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데도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사건은 이리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재심 절차에 따라 기존 증언이 허위로 밝혀졌다는 '위증' 부분으로 심판 대상을 제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이에 대한 의견을 다음기일 전까지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변호인 측은 당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때 압수돼 서울중앙지검에서 보관 중인 피고인과 김씨의 책 등 압수물 일부를 법정에 현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김씨의 필적이 있는 책자 등 압수물이 법정에 현출되면 증인이나 증거신청 여부, 감정범위 방향을 신속히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에서 요청한 압수물은 원심 당시 검찰이 법정에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한 압수물 목록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내년 1월 31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 감정채택 여부 등을 결정지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변호인 측에서 요청한 압수물 목록이 법정에 현출된 이후인 내년 2월에서야 본격적인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5월 8일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한 후,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강기훈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 유서를 대신 써줘 자살을 방조했다며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강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라 징역 3년을 선고해 강씨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재심을 권고했으며, 강씨는 이를 근거로 서울고법에 재심 개시를 청구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10월 재심을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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