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무분별한 '외래어' 판친다
2012-10-09 10:42:08 2012-10-09 10:46:45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 가운데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인구 비율은 10.6%에 달한다. 열 명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통계다.
 
이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참고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매일 아침 발행되는 신문지면의 기사가 될 수도 있고 거래 증권사 직원의 조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발행하는 보고서를 빼놓을 순 없다. 녹록지 않은 증시를 접하는 투자자에게 지침서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리서치센터 보고서다.
 
실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일간(Daily) 리포트를 발행해 시황과 투자전략을 투자자에 제시한다. 한 주에 한 번 주간(Weekly), 한 달에 한 번 월간(Monthly) 보고서도 발행한다.
 
더불어 각 해당 기업에 대한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행해 주식 보유자의 매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비친다. 이들이 발행하는 보고서는 증권사 객장 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 연구원들이 발행하는 보고서가 일반 투자자를 위한 투자지침서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식 표현과 영어식 표현, 증권가의 은어로 변질된 각종 외래어가 난무한 탓이다.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무슨 뜻이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기업의 3분기 실적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주가는 아웃퍼폼이 가능하다."
 
이를 우리말로 정제해서 설명하면, "이 기업의 3분기 실적이 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치 평균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 주가 역시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넘어설 것"이란 말이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남발하는 한자와 영어식 표현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자주 쓰이는 영어식 표현을 보면 '펀더멘털(fundamenta)' '밸류에이션(Valuation)' '스프레드(Spread)' '리스크(Risk)' '모멘텀(Momentum)' '컨센서스(Consensus)' '톱픽(Tip Pick)' 등이 대표적이다.
 
펀더멘털은 '기초 경제 여건', 밸류에이션은 '가치', 스프레드는 '차이', 리스크는 '위험' 톱픽은 '최선호주' 등의 뜻 그대로 쓰인다. 다만 모멘텀과 컨센서스는 사전적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증권가 '은어'인 셈이다.
 
사전에서 '탄력'으로 해석되는 모멘텀은 '주가의 추세를 전환시키는 재료, 해당 종목 주가가 변할 수 있는 근거'를 일컫는 말이다. 컨센서스 역시 '합의'라기보단 '시장예상치'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자식 표현도 만만치 않다. '하회(下廻)', '상회(上廻)'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시장수익률 상회', '시장수익률 하회' 등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영어식 표현 '아웃퍼폼(Outperform)' '언더퍼폼(Underperform)' 등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가 서서히 오르는 경향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견조(堅調)라는 단어는 일본어 '겐조(けん-ちょう)'에서 나왔다.
 
◇개인들은 못 읽는 보고서, 왜 이러는걸까요?
 
한 증권사 고참급 연구원은 "1980년대 일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를 모델로 삼아 이를 베끼면서 보고서 작성법을 익힌 탓에 이런 표현들이 남게 됐다"며 "영어식 표현도 외환위기 이후 미국계 보고서를 보면서 무비판적으로 용어까지 수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외래어 일색인 보고서가 지속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독자로 삼는 대상이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투자자에 의해 자신의 몸값이 좌우된다.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매매를 한 펀드매니저가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거칠게 말하면 개인투자자를 위한 보고서가 아니다.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선택해 눈높이를 맞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투자인구가 국내 인구의 10분 1 수준으로 상승했음에도 증권사 보고서는 예나 지금이나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며 "주식 투자를 권장해야 돈을 버는 증권사가 스스로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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