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쓰나미)유력정치인이 최대주주..현대重 '진퇴양난'
(특별기획)⑤순환출자 해소가 관건.."큰 부담은 없어"
2012-10-19 14:21:50 2012-10-19 15:13:28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유력 대선주자였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중공업(009540)그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왕자의 난'을 계기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2년 2월 현 그룹체제를 갖췄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기가 침체되면서 조선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고는 하나 현대중공업은 명실상부한 부동의 세계 최대 조선·중공업 업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전 회장의 6남인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면서 일찍이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 재벌사들 중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유일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과거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재벌개혁 방안이 대두되면서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아직 관련 법안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일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논의되고 있는 정책이 법제화로 이어질 경우 반론 없이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내놓고 있다. 정 의원의 정치적 위치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 중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출자총액제한제에 따른 지분 매각 등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만 매각하면 순환출자구조 해소 또한 어렵지 않다"며 "여타 재벌기업에 비해 무리한 위험 부담은 안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지배구조도
 
◇최대과제는 '순환출자 해소'.."부담은 없다"
 
다른 재벌사들에 비하면 비교적 단순한 구조지만 순환출자 해소는 현대중공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출자구조는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010620)-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환상형이다.
 
민주통합당의 주장대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될 경우(기존출자는 3년간 유예)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7.9%만 해결하면 된다. 이 지분은 18일 종가 기준으로 1조4829억원 규모다.
 
대주주인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8%가량을 시장에 매각하기 보다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005380) 지분 등과 스왑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이 드릴십 건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지분 3.45% 중 1.45%만을 매각하고, 2%를 남긴 것도 순환출자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비장의 카드로 쓰기 위한 예방조치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현대차 지분 2%(약 1조132억원)를 근간으로 다른 보유 지분과 합하면 별다른 외부자금 조달 없이 순환출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은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 의원이 직접 미포조선의 보유 지분 일부를 추가 매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중 1~2%가량만 매입해도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12년도 국회의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에 따르면 정 의원의 재산은 주가 하락에 따라 지난해보다 1조6481억원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조원대(2조227억원)로 국회의원 중 단연 부호 1위다.
 
그의 보유 재산만으로도 현대중공업 지분 1%(1조8772억원)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정 의원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되게 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현재중공업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약 1조818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매각 비용 1조4829억원도 포함됐다.
 
이외에 지주사 규제 강화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현대종합상사의 지분 8%정도를 추가 매입하는데 320억원 등 자회사(비상장사가 대부분)와 손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한 비용이 일부 가산됐다는 게 재벌닷컴의 설명이다.
 
◇홀딩스 체제 전환하면?..비용 부담 7조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새로 만드는 시나리오도 가정해볼 수 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보유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늘려야만 한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 홀딩스(가칭)'라는 지주사를 완성하고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적어도 7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란 게 증권가 분석이다.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큰 홀딩스 체제로는 재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중공업 홀딩스는 자회사 현대중공업에 대한 지분 30%를 매입하는데 5조6316억원이 필요하다. 자회사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사이자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50%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94.2%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매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증손회사 미포조선의 지분 100%를 모두 사들여야하는데 현재 보유분을 제외한 54%에 대한 금액 1조3986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이상 18일 종가기준)
 
향후 후계구도를 고려하면 지주회사를 세우는 것이 지금의 형태보다 유리하지만 정 의원의 행보가 여전히 활발한 데다 정 의원의 장남 기선씨가 아직 30세인 점 등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집단별 지분보유현황' 가운데 총수 개인과 자녀 지분(배우자 포함) 현황을 보면 정 의원의 부인을 포함한 2남2녀는 그룹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총수 자녀 지분율이 낮은 것은 정 의원이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이는 집권여당의 유력 정치인이라는 점과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금산분리' 강화,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큰 손실'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5개의 금융 계열사를 소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은 금산분리가 강화된다 해도 금융 자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금융계열사는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총 5개다. 삼성그룹(11개), 동부그룹(10개), 롯데그룹(10개) 등 금산분리로 인해 치명타를 입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현실화까지 난관도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 자회사를 계속 보유하는 방안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유력하다. 정치권 역시 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가진 하이투자증권 83.24%, 하이자산운용 7.57%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기업금융 67.5%, 현대기술투자 68.38% 또한 매각 대상이다.
 
그러나 이 모두 매각금액을 고려해야 할 만한 규모는 아닌 것으로 보여,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증권가 분석이다.
 
만약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금산분리가 적용돼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회사를 팔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금융자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인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매각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를 두고 시장에서 이견이 제기됐지만 당시 조선업이 활황이었던 탓에 무리한 인수는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2008년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3조1819억원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비상장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금산분리에 따라 매각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제값을 받진 못할 것이란 게 증권가 시각이다. 특히 여타 재벌그룹들 또한 같은 상황에 처하면서 금융계열사 인수라는 위험을 무릅쓸 큰 손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또 하이투자증권은 증권사 중에서도 소형사로 시너지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시장에서도 탐낼 만한 매물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총제 부활도 걸림돌
 
지배구조 개선 및 문어발 확장 규제를 위한 출총제 부활을 놓고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며 사실상 '반대'로 돌아섰다. 반면 민주당은 출총제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순자산 대비 25% 수준 이내에서 출자총액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案)대로 순자산 대비 25% 수준의 출자총액이 규제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현대중공업이 출총제를 해소하는데 약 2조684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의 94.9%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에 대한 권리 행사 차원에서 제기된 연기금 주주권 행사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아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현재 현대중공업의 지분 4.7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수치상으로 0.23%만 지분율을 늘리면 요건이 갖춰지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진퇴양난' 정몽준..속앓이하며 불구경만? 
 
◇지난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몽준 의원
 
지난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정몽준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2차 인선 결과를 내놨다. 비박계의 중심에 섰던 정 의원이 뒤늦게 박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며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박용민 민주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핵심 대상이 될 재벌가 출신 인물이 선대위원장 4명 중 절반이나 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는 정 의원 개인 정치적 입지로서도 양날의 칼이다. 7선의 최다선인데다 집권여당 대표를 지냈던 무게감. 두 번의 대선 도전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최종 목적지는 여전히 대권이다. 그러나 재벌 출신이란 점은 일반 국민과의 큰 괴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의 재계 이해를 대변하기엔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외쳐대는 상황에서 그의 잘못된 발언은 여론의 주적이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일단 정 의원 측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임은 분명하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상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사로운 이해를 대변할 필요도, 의도도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손을 끊은 이래 보수 목소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정 의원이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숨긴 채 남의 집 보듯 불구경만 하겠느냐는 반론도 제기했다. 보수층 결집을 이유로 경제민주화의 진앙인 정치권 한복판에서 나홀로 입장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이런 정 의원의 난감한 입지를 감안한 듯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권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일체의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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