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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SNS시대'와 '검사의 자격'
2012-09-16 09:00:00 2012-09-16 09: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사들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많이 하면 안 됩니다."
 
한 부장검사가 뜬금없이 건넨 말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공직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것을 자제해야한다는 '뻔한 얘기'려니 했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해 보이는 함의가 있었다.
 
"요즘 일부 신임 검사들 문제 많습니다. 신임 검사들이 온라인 소통에만 익숙하지, 오프라인 소통에는 익숙하지 못해요. 조사 받으러 온 피의자, 참고인들과 인간과 인간으로 소통해야 조사가 잘되는데 수사관이나 경찰 단계에서 조사해온 내용만 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직접 조사하기를 싫어해요. 이게 무슨 검사에요?"
 
많은 검사들은 검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자신에게 조사받은 피의자가 감사하다며 찾아왔을 때'를 꼽곤 한다.
 
들어가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조사실에서 자신을 추궁하고, 심한 경우에는 감옥에 들어가 이른바 '콩밥'을 먹게 한 검사들을 왜 피의자들이 다시 찾을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이 감옥에 갔다 오면서도 "감사하다"며 작은 선물을 싸들고 검사들을 다시 찾게 하는 원동력은 '소통'에 있다.
 
검찰에 불려온 피의자들은 조사를 받으며 수없이 많은 시간을 검사들과 함께 한다.
 
피의자들은 음침한 조사실 분위기와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자연스럽게 주눅이 들게 되고 두려움에 입을 쉬이 열지 않는다.
 
이 순간 중요한 것이 검사의 소통 능력이다.
 
많은 검사들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함께 감정을 맞춰나가면 조사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지금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 후배들한테 정말 존경받는 분들은 몇 명 안됩니다. 그런데 이 분들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조사를 잘했다는 겁니다. 그 분들은 콩밥 먹게 된 사람들한테 욕을 먹지 않아요."
 
좋은 검사는 피의자를 단지 수사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의 인생에 공감하는 검사다. 
 
좋은 검사와 마주 앉은 피의자들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된다.
 
"결국 모든 조직의 힘은 인간으로부터 나옵니다. 몇몇 신임검사들처럼 실력 없는 검사들로 조직이 채워지면 '3류'밖에 못된다구요. 그러면 수사권을 갖고 있어도 다른 조직에 자연스레 뺏기게 됩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최근 잇따라 '검찰개혁'을 외치며 검찰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바야흐로 '검찰의 위기'다.
 
검사실에 가만히 앉아서 고압적인 자세로 문서들만 보고 있는 검사들이 속한 검찰과 따뜻한 인품으로 사건 관계자와 눈을 맞추는 검사들이 속한 검찰. 국민들이 어떤 검찰을 더 선호하고 더 지지할 것인지는 검찰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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