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휘청대는 남동공단..인천경제 '빨간불'
(특별기획-산업현장을가다!)②인천 남동공단
2012-08-14 16:15:05 2012-08-14 18:40:58
[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염현석기자] "인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인천 경제를 견인하는 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남동공단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단의 공장가동률은 올 5월 기준 78%를 기록, 지난해 대비 약 2%포인트 떨어지며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천 지역총생산(GDRP)의 25%를 차지하는 남동공단은 여의도 면적보다 조금 더 넓은 9.574㎢(289만평)에 총 6400여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는 명실상부한 인천 최대의 산업 집결지다.
 
공단에서 일하는 상근 근로자만 8만3000여명. 딸린 식구까지 더하면 족히 40만명의 생계가 이 곳에 달려 있다. 때문에 남동공단이 인천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강달순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인천지역본부 본부장은 남동공단의 실물 경제가 '경고 수준'에 이미 도달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열기보다 한숨이 더 짙게 배어나오는 산업현장. 침체로 고개 숙인 오늘날의 남동공단이다. 
 
인천지역 경제 25%를 차지하고 있는 남동공단 전경.
 
◇심화된 양극화..부도 직전 3·4차 협력업체 '수두룩'
 
남동공단은 기계제조업체(자동차 부품업체 포함)가 모두 3220개사로 입주업체 가운데 절반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전기전자업체(1074개사,16.7%), 석유화학업체(686개사,10.7%) 등의 순으로 들어서 있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기업들 중 95%가 중소제조업체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내수시장 위주의 협력업체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1·2차 협력업체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95%에 가까운 입주업체가 3·4차 협력업체(벤더)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는 주로 현금거래, 1차업체는 2차업체와 3개월 어음, 2차업체는 3차업체에 6개월 어음, 3차업체는 4차업체에 결국 외상거래를 하는 식으로 하청 단계가 내려갈수록 여건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최근 남동공단에 불어닥친 불황의 원인이 바로 이같은 기업간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악화된 자금사정 탓에 통상 3·4차 협력업체는 파업 등의 고정적 변수에도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건을 납품할 거래처가 대기업과 그 산하의 1·2차 협력업체만으로 제한돼 대기업 경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에서 한달을 파업하면 남동공단내 3·4차 협력업체 60% 정도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남동공단내 한 업체는 조선업황 악화로 대기업 수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생산량이 절반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기계가 멈추고 일손을 놓았지만 고정비용 지출은 지난해 대비 늘었다. 경영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불황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매출이 같이 줄지만 경기가 좋아질 때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대기업뿐"이라며 "중소기업 매출은 대기업 매출이 증가한 후 6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결국 대기업과 1·2차 협력업체, 3·4차 협력업체간 구조적 불평등은 대·중소기업 간은 물론 중소업체 간 양극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중소업체 살리기 '안간힘'.."구조적 모순 개선해야" 
 
지식경제부 산하의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서 해당지역 중소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단공 인천지역본부는 ▲FTA 상담창구 개설 ▲클러스터사업 활성화 ▲자금지원 ▲특허권 출원료 납부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중소업체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한계를 겪고 있다.
 
공단의 한 중소업체 사장은 "클러스터 사업에 가입은 하고 있지만 이용한 적은 없다"며 "기술이전이나 자금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산단공측은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업체에게 해택을 줄 수 없다"며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3·4차 협력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산단공에 따르면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수는 지난 2005년 15개 지역에서 지난해 30여개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비해 클러스터에 편성된 예산은 사업이 처음 시행됐던 2005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650억원으로 15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한정된 예산이 클러스터 희망 지역 증가율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사업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만 의존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업체들도 판매처 확보, 수출 활로 개척 등 자구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지난 2007년 남동공단에 입주한 E가구회사 대표는 "정부의 지원이 사실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회사가 큰 업체라면 다양한 지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작은 기업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단에 위치한 D도금업체 관계자도 "판로개척과 원가절감 등을 위해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려고 공장 계약금과 6개월치 임대료를 지불하는 등 노력을 했었다"며 "하지만 중국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어 계약금과 선지급한 임대료를 포기하고 접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출이나 내수시장을 통한 판로 다각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또 다시 1·2차 하청업체로 회귀하고 만다. 그만큼  상위업체에 대한 종속이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4차 벤더로 내려갈수록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는 게 현실"이라며 "단순한 정책 지원보다 대기업과 하청업체간 직접거래 등 부품 단계를 줄이는 등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방 경직성의 톱니바퀴가 아닌 함께 굴러가는 수레바퀴. 근원적 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산업현장에서부터 높아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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