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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세종시 이전, 내년이 맞다
2012-08-12 18:00:40 2012-08-12 18:01:22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청사를 스티로폴로 지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 부처간 정책협의회에서 차관급 고위공직자가 농담삼아 뱉은 말이다.
 
연말이면 이사를 가야 하는 세종시 정부청사를 예산이 가장 적게 드는 스티로폴로 지어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인데, 그만큼 청사 이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불안감은 내년에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조직개편이다.
 
정권의 부침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는데, 그 조직개편을 앞두고 일단 이사부터 가라고 하니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것이다.
 
세종시 이전계획에 따라 올 연말에 이사를 가게 되는 부처의 경우 상황에 따라 불과 6개월 이내에 이사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새로 지어 놓은 청사도 쓸모 없는 공간이 될 수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기획예산처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국정홍보처 등을 다른 부처와 통폐합했다. 통일부 폐지마저 거론하다 야권의 반발에 후퇴했다.
 
예산처와 합쳐진 기획재정부는 다음 정권에서 예산과 다시 분리되거나 금융위원회와 합쳐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부활하고, 시대흐름에 맞게 정보미디어부나 중소기업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부산에 해양수산부가 마련됐다는 얘기까지 나올정도로 새 정부에서의 대규모 조직개편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총리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등 상당수 부처가 올 연말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도 있지만 외교부, 행정안전부 등 이전하지 않는 부처도 많다. 쓸데 없는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당장 이사할 때는 스티로폴로 지은 청사로 이사해야 한다는 농담 속에 진심이 느껴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종시 이전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 이후에 해야 한다는 이전 연기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이전을 미루는 모양새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 대선의 향방을 좌우했던 충청권 표를 잃을까 걱정이다.
 
세종시 이전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두세번의 이사에 투입될 혈세 낭비를 막자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거대 정치이슈에 묻혀 관심밖에 있는 세종시 이전 문제, 세금낭비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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