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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정조준'..SK그룹 과징금 346억
SK "모호한 판단기준 인정할 수 없다"..행정소송 제기
2012-07-08 12:00:00 2012-07-08 12: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SK그룹이 시스템(SI)부문 계열사인 SK C&C(034730)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4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SK C&C와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3억원 규모의 과태료 조치가 내려졌다.
 
국내 5대 그룹에 속한 재벌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처벌을 받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그 동안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돼 온 SI분야에서 대기업집단 차원의 부당 지원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여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리를 앞세워 명확한 근거없이 '재벌 때리기'를 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역시 모호한 법적 잣대로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동'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스템 관리·유지보수 계약을 체결,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줘 SK C&C를 부당 지원했다.
 
특히 SK 7개 계열사들은 IT 서비스 위탁계약(이하 OS계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운영인력의 인건비 단가를 현저히 높게 책정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인건비 단가를 고시단가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지난 2008년 이후 변화된 거래관행임에도 (SK 7개 계열사들은) 고시단가를 거의 그대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고시단가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2조에 근거해 지식경제부가 고시하는 인건비 단가로, 사업대가의 하한을 설정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상한으로 변질돼 기준단가의 의미를 상실, 지난 2월에 폐지했다.
 
신영선 국장은 "이는 SK C&C가 특수관계가 없는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한 단가보다 약 9~72% 높은 수준"이며 "다른 SI업체가 거래한 단가에 비해서도 약 11~59% 높다"고 설명했다.
 
SK 계약사들과 SK C&C의 OS거래는 아무런 경쟁 없이 5년 혹은 10년의 장기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져 SK C&C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과정에서도 SK C&C 임직원들은 공정위가 영치중인 주요 증가 자료를 회수키로 사전에 모의하고,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관련 자료를 기습적으로 반출·폐기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SK C&C를 부당지원한 SK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46억6100만원을 부과하고, 조사방해행위를 한 SK C&C 및 소속 임직원들에게도 법상 최고한도액인 2억900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신 국장은 "이번 조치는 SI분야에서 대기업집단 차원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적발한 첫 사례"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측 "정부 고시단가 지켰는데도 위법?" 반발
 
그러나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 공정위와 SK그룹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판단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게 SK 측의 입장이다.
 
SK C&C 관계자는 "내부거래·수의계약 비중, 토탈 아웃소싱, 장기적 거래관계, 내·외부 거래 이익률 차이 등은 SI 산업의 특성이므로 지원행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고시단가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정상가격 기준으로 널리 인식·적용돼 왔고, 사실상 유일한 객관적인 기준이므로 그 적용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공정위도 이미 정부고시단가를 정상가격이라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따로 정상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한 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비스의 내용과 수준, 투입인력의 생산성 차이, 신규 유치비용을 무시한 채 몇몇 비계열사의 사례만을 들어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인건비를 할인 받았더라도 오로지 인건비 구성요소의 하나에 불과한 '단가'에 대한 할인이 없었음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SK그룹은 인건비 단가를 고시단가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지난 2008년 이후부터 변화된 거래관행임에도 고시단가를 거의 그대로 지급하는 등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시장 질서가 어지럽혀졌고, 공정거래법에도 어긋난다"고 해명했다.
 
SK그룹 측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키로 했다. SK C&C 관계자는 "공정위는 IT서비스 업계 전반적 특성을 무시하고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과거 동일사안에 대해 자신들이 내린 심사결과 조차 부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당성을 법적 소송을 통해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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