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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보고 누락으로 장관이 옷 벗었건만..
2012-03-25 09:00:00 2012-03-25 09:54:3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실수가 반복되면 것이 실력이라고 했던가.
 
지식경제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담당자들의 보고 체계가 해이해 전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대정전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또 허술한 보고체계가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우선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라고 불리는 블랙아웃은 지난해 9월15일 발생했다. 당시 자체 발전시설을 갖추지 못한 전국 중소기업 4500여곳에서는 300억원을 웃도는 피해를 입었다. 병원과 엘레베이터에 있던 환자와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 사건으로 취임한지 8개월밖에 안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을 겪었다.
 
그러나 아직 지경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올해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본인 입으로 '사상 초유의 은폐'사건이라고 말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9일 뒤늦게 알려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12분 정전 사고 사실이 현장소장 개인이 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개인이 숨겼다는 것도 놀랍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사실을 한달 넘게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홍 장관은 지난 23일 부산을 방문해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번 사고가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신적인 해이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명명했다.
 
그렇다. 내부적인 시스템 문제거나 기술적인 문제라면 모를까 9.15 정전 사태도 그렇고 이번 고리원전 가동 중지도 모두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보고'를 우습게 본 결과다.
 
지난해 9월15일 오전부터 전력수급이 어려웠지만, 지경부에 최초 보고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2시15분이었다. 이에 따라 단전은 3시11분 발생했으나 지경부 담당 과장은 4분 후에,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35분 후,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무려 약 50분 후에나 보고 받았다.
 
이번 고리원전도 마찬가지다. 고리 1호기 전원이 복귀된 뒤 발전소장 이하 간부들이 회의를 거쳐 사고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파견된 현지 안전 감독관인 주재관이 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운영 일지에는 '정상 운행'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은 문제가 터진 후 번갯불에 콩 볶듯 관련자를 해임하거나 내부 체계를 바로 잡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안전과 목숨이 훼손된 후에 징계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냐는 얘기다.
 
비단 지경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 부처에서는 지경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허술한 보고체계를 뜯어 고칠뿐 아니라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바로 잡아야겠다.
 
제대로 잡힌 공직사회의 기강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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