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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 잔혹史 벗어난 '김승유'
황영기ㆍ강정원ㆍ라응찬 모두 불명예 퇴임
첫 ‘아름다운 퇴장’ CEO 될 듯
2012-02-26 10:00:00 2012-02-26 10:00:00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시중은행들이 금융지주사로 탈바꿈한 이후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정치권, 금융당국의 미움을 사기도 했고, 경영진 내분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른 은행 재직 시절 투자 손해로 '직무정지'
 
금융CEO 잔혹사의 첫 시작은 황영기 전 우리금융(053000) 회장이었다. 삼성계열 금융사 대표를 역임한 황 전 회장은 지난 2004년 3월부터 3년간 임기를 모두 채우며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으며 2008년 KB금융(105560) 회장까지 거머쥔 순간에 '사단'이 났다.
 
2009년 9월 금융위원회는 황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것에 대해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은행권 최고경영자에 대한 직무정지는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결정만 놓고 보면 금융계 누구도 정부에 대항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금융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황 전 회장은 지난 1월 2심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황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에 차병원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방위 압력.. 자리 물러난 강정원
 
황 전 회장이 떠난 자리에 강정원 전 행장(사진)이 욕심을 냈다. 그러나 정치권, 금융당국의 압력 때문에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4년부터 KB국민은행장을 지낸 강 전 행장은 2009년 10월 사외이사들의 추천으로 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이 통상 조사인력의 3배가 넘는 인원을 투입해 컴퓨터를 압수수색 하는 등 사외이사의 비리를 파헤치자 2009년 12월 31일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당국은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들에 의해 회장 선임이 주도되는 걸 당국이 못마땅한 게 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당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과정에서 강 전 행장에 대한 협박도 있었다.
 
당시 지주 회장이 1년 가까이 자리를 비우면서 KB금융의 M&A 추진에도 수차례 차질을 빚었다. KB금융은 당시 외환은행(004940)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1조원의 증자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강 행장은 다음 해 MB 최측근인 어윤대 현 회장이 올 때까지 행장직만 유지하다 조기 사퇴했다. 
 
◇신한 '절대군주'의 몰락 
 
20년 동안 신한지주(055550)를 이끈 라응찬 전 회장은 경영진 간의 불화로 물러난 사례다.
 
2010년 9월 라 전 회장은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을 통해 신상훈 당시 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넘버1’이 ‘넘버3’를 통해 ‘넘버2’를 쳤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경영진 '빅3'간 내분이 계속되는 가운데 라 전 회장의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차명 계좌 로비문제, 이 전 행장의 자금 수수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서로에게 상처만 주게 됐다.
 
결국 10월30일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을 떠났다. 내분에 연류된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역시 모두 자리를 내줬다. 검찰은 그 해 12월 말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퇴임 후 하나高 , 미소금융에 전념할 듯
 
1971년 한국투자금융(단자회사)로 시작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사진)은 M&A의 '귀재'로 불린다.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후 보람은행을 시작으로 충청. 서울은행, 하나대투증권 등에 이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20년 만에 하나금융을 자산규모 2위의 금융사로 만들었다.
 
인수과정에서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얽히게 되면서 여론의 오해도 샀고 금융당국의 어쩡쩡한 태도 때문에 인수가 지연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번 인수를 두고 "원천 무효"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4월 총선 이후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놨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일부 사외이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 실무를 진두지휘해 온 김종열 사장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오는 3월2일 마지막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퇴임 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는 하나고등학교, 미소금융재단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문직으로 하나금융의 경영에 조언을 해 줄수도 있다.
 
그 전에 차기 회장으로는 김정태 현 하나은행장이, 하나은행장으로는 이헌주 부행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처음으로 임기를 제대로 마치는 금융권 CEO가 될 것"이라며 "후계구도만 잘 갖춰 진다면 더 명예로운 퇴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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