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철부지 시절, 돈이 궁할 때면 주위에 우스갯소리로 "은행이나 털어볼까"라는 얘기를 하는 친구가 한명씩은 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엄청난 범죄여서 금기처럼 여겨지는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치기 때문이었지만, 그만큼 금융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실상 횡령이나 배임, 사기 등으로 큰 죄를 지어 유죄가 선고됐던 악질 경제사범들이라도 몇년 간 감옥살이만 하고나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이다보니 범죄의 심각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당시에 비해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대법원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심 형사재판에서 금융 관련법 위반 행위로 인해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형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이 22%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금융 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다.
형법과 특별법 위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25% 가량이었지만 금융관련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 32%에 육박했다.
특히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은 57%에 달해 혐의자의 절반 이상이 1심 재판에서 풀려났다.
최근들어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연루된 불공정 거래행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지 우려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 건수 209건을 적발해 이 가운데 73%에 달하는 152건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했다.
이 가운데 경영진과 대주주가 개입된 부정거래 행위는 2007년 9건, 2008년 7건, 2009년과 2010년에 21건이었다가 지난해 34건으로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증권 시장도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조치된 불공정거래는 70% 이상 기소되고 유죄로 판결되는 비율도 높다"면서 "하지만 집행유예나 소액의 벌금만 부과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발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시세조종의 피해자가 분산돼 있어 피해의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다보니 재판부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투자원금 회복만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방안이다. 때문에 가해자들이 불공정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은 전액 몰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투자금에 대한 원상회복이 어렵다면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만이라도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재산을 뺏는 것 이상의 중죄는 없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반사회적인 금융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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