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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가게에서 해고, 어디서 재판받을까?
법원 "우리나라가 미합중국 상대로 재판권 행사"
2011-12-12 17:02:07 2011-12-12 17:08:5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주한미군 주둔지역 내의 피자가게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점원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어느나라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될까.
 
미국 측은 미군 교역처 군산지역 매장 내 피자가게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다 해고 당한 김모씨가 "해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미합중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내자 "대한민국의 법원에는 미국에 대한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지위협정에 의하면 미합중국 군대와 미군 교역처의 근로자 사이의 분쟁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의기간인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의해야 하는데도, 이 사건 소송은 위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지법 민사합의20부(신광렬 부장판사)는 해고와 관련된 분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법원이 미합중국을 상대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해고행위는 미합중국의 '주권적 활동 내지 군사적 활동'과의 관련성에 그다지 밀접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노사분쟁과 같은 해고행위에 대한 우리나라의 재판권 행사가 미합중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법원이 미합중국을 피고로 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 17조 4항 각호의 규정의 내용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해 규정한 것이고, 김씨가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을 구하를 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합동위원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주한미군지위협정에 위배된다는 미국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해고가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므로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유효한 해고'라고 주장한 미국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법원은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의 노동법령, 즉 근로기준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법원은 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씨가 미합중국으로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미국 측의 김씨에 대한 해고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직원들에게 매니저 김씨의 발언을 왜곡해 전달하는 한편 정직처분에 불복해 매니저를 지지하는 직원들을 비난했다"며 "원고가 지배인의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하는 등으로 직원들에게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강요한 것은 일종의 폭력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6년 6월 미군 교역처의 군산지역 푸트코트 부매니저로 근무하는 임모씨가 '푸드코트 매니저 김모씨는 초과근무하는 사람을 승진시켜 준다, 직원 개인에게 업무 관련 전화비를 부담하라고 하는 등의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등의 취지로 작성한 탄원서를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여러 직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김씨는 '초과근무를 하는 직원을 승진시킨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단지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예뻐보인다고 말했을 뿐'이며 직원들의 전화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괄지배인에게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씨는 '푸드코트의 업무를 방해하고 근무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사유로 14일간 정칙처분을 받았는데도 이에 불만을 품고, 김씨에게 유리한 이의신청서에 서명하지 않은 직원들을 매장시키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

이에 피고는 '업무 분위기를 혼란시켰다'는 이유로 원고 김씨가 해직될 것임을 2007년 5월9일 통보하고 14일 이내에 이 조치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할 권한이 있음을 알려준 다음, 그가 제출한 답변서를 검토한 이후 같은 해 6월 1일 김씨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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