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담뱃갑 경고문구 표시시안을 놓고 정부 부처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담배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8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양승조(우리당.천안갑)의원은 인체에 영향을 주는 11가지 발암물질을 담뱃갑에 표기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담뱃갑에 표기하는 발암물질은 나프탈아민, 니켈, 벤젠, 비소, 카드뮴, 비닐크롤라이드 등 6종으로 한정해 그해 12월15일 본회의를 통과시켜 1년이 지난 오는 12월15일부터는 시판되는 모든 담뱃갑에는 발암물질 경고문구가 표기된다.
그러나 시행일을 불과 4개월 남겨놓은 현재까지 경고 문구의 표기면적과 색상, 글자크기 등을 정하지 못했고, 중복규제 문제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조정을 받고 있다.
◇ 표기방식 이견
업체가 담뱃갑의 도안을 바꾸는데 최소 7개월반에서 15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도안작업에 들어가더라도 시행일자내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담뱃갑에는 앞면에는 "흡연은 폐암 등의 원인이고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이, 뒷면에는 "청소년에게 판매금지한다"는 경고문이 각각 표기돼 있다.
이 같은 경고문 표기는 각각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청소년보호법 등 세가지 법의 적용을 받으며 담배사업법은 재정부,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은 복지부 소관이다.
부처간의 갈등은 현재 30%로 돼 있는 경고문 표기면적을 넓히자고 복지부가 주장하면서 업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복지부는 표기면적을 앞뒷면 각각 40%로 확대해서 표기하고, 경고문의 바탕색을 노랑색(색도기준:2.5Y 8/12), 글씨는 9포인트 이상의 고딕체 검정색(색도기준:N1.5)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8월중 국무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업체들을 상대로 아래 세 가지 안 가운데 한 가지 안을 선택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업체는 "지나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재정부는 기존 경고표기 면적을 40%로 확대하되 앞뒷면 중 한면만 경고표시를 하든지, 기존 경고문 안에 함께 발암물질을 표기하자는 입장이다.
기존 경고문 30%와 발암물질 경고 40%를 합치면 답뱃갑 면적의 70%가 경고문으로 채워진다. 또 경기도에서 입법발의 추진중인 '산불예방' 경고문구, 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쓰레기 투기방지' 등의 경고문구를 모두 넣으면 답뱃갑에는 공간이 전혀 남지 않는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법자체가 잘못이고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김치나 생수 등에도 발암물질이 있는데 담배에 포함된 발암물질 허용기준치도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유독 담배만 잘못이라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이 잘못됐지만 협조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노랑색으로 디자인하고 앞뒷면에 다 표기하라는 복지부의 요구는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지난 달 25일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 분과위원회에서는 "현재의 경고문 표기란에 발암물질을 함께 표기하라"고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복지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규개위는 "협의주체를 재정부로 해서 다시 협의하라"고 조정했으나 그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부처는 만나면 얼굴만 서로 붉히는 상황이다. 부처간 협의나 조정은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이 최우선인데 국민건강을 담보로 협상.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친 만큼 시행규칙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