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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평화집회' 금지명령 위반했다고 처벌 못해"
대법원, 옥외집회 가이드라인 제시
2011-10-19 20:57:40 2011-10-19 20:58:4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사전 금지 또는 제한된 집회라도 실제 집회가 평화롭게 개최되는 등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 금지명령 등에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경찰의 집회금지 통지를 무시하고 아파트단지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해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씨(50) 등 12명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옥외집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고,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예컨대 시위참가자수의 제한, 시위대상과의 거리제한, 시위방법, 시기, 소요시간의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전 금지 또는 제한된 집회라 하더라도 실제 이루어진 집회가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평화롭게 개최되거나 집회 규모를 축소하여 이루어지는 등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전 금지 또는 제한을 위반해 집회를 한 점을 들어 처벌하는 것 이외에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였다 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집회신고 장소가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인 경우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도록 한 집시법 규정도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에 해당하기만 하면 무조건 집회를 사전 제한 또는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고,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때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주거지역 등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한 집시법 8조 1항, 3항 1호는 집회의 자유와 집회장소 주변지역 주민의 법익을 합리적 범위 내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 21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 등이 아파트단지에서 확성기가 설치된 승합차를 이용해 수년간 시위를 해오는 등 주변 주거지역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점을 인정, 김씨 등에 대한 해산명령을 적법하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2008년 11월 관할경찰의 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공사현장 앞에서 확성기 등을 통해 “철거민을 말살하는 건설사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불법 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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