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금융자본)③고객이자로 배불린 은행, 고객고통은 외면
예대금리차 키워 수익금으로 '배당잔치'..사회공헌은 계속 줄어
2011-10-12 15:47:23 2011-10-12 15:48:28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직장인 권 모 (34)씨는 얼마 전 대출금을 갚다가 이자액이 부쩍 많아진 것을 알았다. 1억원 대출금의 이자가 이번 달 들어 월 70만원을 넘어선 것. 권 씨는 "은행에 문의해보니 최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가 올라 이자율이 오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엔 이자 부담이 80만원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은 이자로 먹고 산다.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돈(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낸다. 은행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이자수익이다.
 
예금이자를 조금만 주고 대출이자를 많이 받으면 큰 돈을 번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이런 식으로 순익을 많이 냈다. 올해 국내은행들의 수익은 무려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들이 내수부진, 글로벌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꿋꿋하게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점점 커지는 예대마진에 있다. 
 
지난 2008년 2% 중반대였던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은 계속 커져 올해 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예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 2011년은 1, 2분기 평균)
 
최근 상황은 예대마진 확대에 더 탄력을 주고 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예금이 몰리면서 예금이자를 더 줄 필요가 없어졌다. 또 지난 9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신규대출을 줄이다보니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결국 돈을 맡긴 자든 빌린 자든, 고객은 모두 '금리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 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오히려 은행권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자이익이 핵심이익인데 이를 줄일 수 없단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예대마진이 약 3%가 되어야 은행이 적정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위기에 대비해 내부유보금 등 돈 쓸 곳이 많다"고 주장했다.
 
◇ 배당이 '최고 덕목'?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국내 은행들은 이렇게 남긴 이익을 은행 건전성을 위한 '내부유보'에 활용하기 보다는 금융자본의 소유자, 즉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배당으로 몰아줬다.
 
작년 7개 시중은행은 3조80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은행의 배당성향은 41%로 제조업 등 다른 업종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감독당국까지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배당을 자제하고 어려울 때를 대비해달라"며 "은행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금융지주사 주주 구성에 외국인 비율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이같은 요구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의 은행들은 서민들이 낸 대출이자로 금융자본가, 특히 외국인 주주의 배를 불려 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배당액 외국인지분율
신한금융 5862억 61%
KB금융 411억 63%
하나금융 1465억 65%
 
이미 시중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1조원 넘게 배당했고 연간으론 작년 배당액 3조8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도 기업이니 수익을 내는 건 경제 논리상 맞다. 그러나 경제의 혈맥인 '돈'을 다루는 회사가 수익 추구에만 몰두하면  탐욕에 빠져 공공성을 잃기 쉽다. 파생상품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낳든 '돈 벌기'에만 급급했다가 파국을 맞은 월가 금융회사가 그 사례다.
 
공공성이 중요하다 보니 은행은 국민 세금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국내 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때 87조 원, 2008년 금융위기 때도 4조5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은행이 어려워지면국가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수익성을 회복된 뒤  '나 몰라라'식으로 다시 이윤 추구에만 빠진다면 국민적 공분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 사회공헌활동에도 점점 인색
 
'엄청난 수익을 내면서 공익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최근 금융권은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6800억원 내외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권 순익은 작년(9조7000억원)에 비해 올해 배 이상(20조원) 커질 전망이다.
 
순이익 중 사회 공헌에 쓴 비율은 2009년 7.52%에 이어 2010년 6.3%, 올 상반기 2.59%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사회공헌활동에  마케팅 목적의 스포츠단 운영비, 대학 발전기금 기부 등을 포함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단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라고 공적 역할을 강조하지만 국내 은행은 사실상 외국인이 지배하고 있는 사익 추구 기업로 돌아선 지 오래"라며 "은행들에게 이제 와서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이득을 사회로 환원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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