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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에 스태그플레이션까지..韓경제 먹구름 짙어진다
2011-10-05 14:40:21 2011-10-05 16:18:34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국제기구와 국내외 연구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추락하고, 물가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 속의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급등..물가 안정 기미 안보이고 오를 일만 남았다
 
지난 4일 통계청은 9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은 지난 8월(5.3%)보다 낮아졌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0.1%증가해 오름세가 지속됐다.
 
더구나 9월 소비자 물가가 4%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배추파동으로 물가가 급등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물가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기상조건 개선으로 농산물 가격이 안정됐음에도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고물가가 우리 경제에 장기화, 구조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간 0.8% 포인트 상승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를 의식해 지난달 30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수입원자재와 수입 농산물 가격 변동폭이 확대됨에 따라 물가 관리에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5월 이후 석달 연속 하락했던 수입물가는 환율상승 여파로 지난 8월부터 오름세로 전환됐다. 환율 상승은 곡물가 등 수입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일으키고, 제품 연관성이 높은 공산품이나 기계류 등 수입 완제품 가격도 함께 오르게 한다.
 
1200원대를 오르내리는 현재 환율을 감안하면 정부의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4%이하는 어림없을 전망이다. 1월~9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4.5%로 10월 이후 물가가2.5~2.6%로 낮아지지 않는 한 정부 물가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전월대비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오름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작동하면서 원가상승 요인이 없는 제품까지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어 4%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성장률은 3%대로 추락 전망
 
치솟는 고물가와 함께 경제성장률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전문가들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나오지 않았지만 높은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PIGS(포르투칼·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재정적자로 유럽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하기 힘들고 미국 역시 하강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소비, 투자 등 내수가 부진을 보이면서 대내외적으로 총수요 확대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8월부터 지난달까지 국제기구와 은행,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기존 4.5% 전망치를 3.8%로 낮췄고, UBS는 3.8%에서 3.3%로 내렸다. 씨티은행은 4.3%에 3.7%로, 골드만삭스는 4.3%에서 4.2%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외국계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낮추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4.0%에서 4.2%로 올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했던 4.5%에서 3개월 만에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올렸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경제성장률을 3.6%,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전선도 비상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인 반면, 수입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억달러나 감소했다.
 
2010년 2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라고 하지만 재정위기에 따른 선진국의 수요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4분기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거시경제 실장은 "세계경기 악화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한국 경제에 전달되면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는 둔화될 수 있지만 환율은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권 실장은 "경제지표상으로 걱정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90년대 버블이 붕괴되는 시점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등 우리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며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우리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노동-금융 정책의 조합을 만들어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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