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금융위기)유럽 '근본 해결책' 실종..시장 널뛰기 지속될 듯
2011-10-04 14:31:29 2011-10-04 19:05:05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지수 하단, 가늠조차 어렵다"
 
4일 국내증시가 5% 가까이 '갭하락' 출발하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4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자, 증시 변동성이 차츰 완화될 것이라 점친 증권가도 비상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암묵적으로 코스피지수 하단을 1600~1650포인트로 제시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감이 워낙 커 이 또한 단정짓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수 하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현재로선 지난달 하단이었던 1644포인트가 최저점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증시가 연휴를 맞아 쉬는 사이 해외증시도 폭락장을 연출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 주요지수가 2~3%가량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날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증시도 1~2%대 하락세였다.
 
글로벌 패닉장세의 원흉은 이번에도 그리스였다.
 
그리스가 당초 목표로 한 재정적자 감축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자 '사실상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로 간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8.5%로 집계했다.
 
이는 유로존(유료화 사용 17개국)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제시한 감축 목표 7.6% 대비 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리스가 자국 부도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그리스 나름대로의 긴축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쉽게 걷힐 조짐을 보이질 않아, 정부로서도 긴축 목표 달성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13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 1차 구제금융 6차 지원분(80억유로)이 집행될 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증권업계에선 일단 그리스 긴축안 목표 달성이 실패하더라도 유로존이 어떻게든 80억유로를 지원해 급한 불은 끄고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 부도 위기는 더이상 경제 이론으로만 파고들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미 유럽 각국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불거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스를 지원하지 않았을 때의 파급을 감안, 결국 자금을 대주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부장은 "경제 논리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답"이라면서도 "디폴트 우려가 유럽 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는 등 정치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그 효과가 3개월짜리에 불과하다는 것. 돈을 주려는 입장(유로존)에선 준비를 마쳤는데, 과연 받는 쪽(그리스)에서 회생할 준비가 돼 있는 지가 또한 논란거리다.
 
임노중 부장은 "이번에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인 것은 그리스 1차 구제금융 6차분이고 7차분은 연말에 다시 지원해야 한다"며 "다시 말해 3개월 단위로 그리스를 둘러싼 위기감이 조성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증시에도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EFSF 증액안 가결..레버리지로 가나
 
EFSF 확충 방안 또한 끊이지 않는 고민거리다. EFSF 증액은 그리스에 80억유로가 지원된 이후의 문제로, 펀드 규모를 4400억유로로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증액을 통해 그리스 구제금융은 물론 스페인, 이태리 등 다른 국가들로의 확산을 막는 게 주 목적이지만, 4400억유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기금 규모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 외에 차용이나 레버리지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S&P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에서 그리스 지원 후 재정부담을 안게될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상황인 만큼, EFSF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계획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회자되는 대로 그리스 국채를 갖고 있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손실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유로존 금융권의 자본이 확충돼야 함을 감안하면 결국 EFSF 레버리지만이 대안"이라고 밝혔다.
 
◇ EFSF 증액 관련, 슬로바키아 태도도 '골치'
 
하지만 EFSF 확충에 대해 슬로바키아가 의회에서 근본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슬로바키아 EFSF 표결에서 부정적인 시그널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글로벌 증시는 또 한 번 충격을 입을 수 있다.
 
임노중 부장은 "17개국이 만장일치로 EFSF 증액안을 승인해야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부족분을 다른 국가에서 메워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장은 다시금 휘청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80억유로 지원과 EFSF 확충이 모두 해결되더라도 그리스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일단은 앞선 두 요소가 글로벌 증시 불안감 해소에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증시, 다시 암흑 속으로..
 
이날 지수 흐름에서 보듯, 당분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은 그리스를 둘러싼 호악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에 80억유로가 지급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 수순을 밟게 되는 만큼, 13일 룩셈부르크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자금 지원 합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 약 열흘간 국내·글로벌 증시는 급등락 장세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지원이 긍정적인 합의점을 찾는 것을 전제로 코스피지수 하단을 1650선 정도로 잡고 있다. 만에 하나 지원이 안된다면 사실상 그리스 국가부도를 의미하는 만큼, 지수 하단을 제시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박석현 연구위원은 "결국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그 지속성에 대해 시장이 어떤 평가를 낼 지가 관건"이라며 "유럽 리스크에 대해 궁극적인 해결 실마리가 안보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 변동성만 키우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중 저점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이 부근까지 떨어지면 반발 매수정도는 한두 차례 나오겠지만 이후 얼마나 탄력적인 흐름이 전개될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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