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정금리 늘려라'..은행들 '시큰둥'
가계부채 대책 약발 안먹히나.."은행들 여전히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
2011-08-17 11:43:02 2011-08-18 04:29:47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박미정기자]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시중은행들에게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현 5%대에서 30%까지 늘리라'고 했지만 업계는 미온적인 자세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좀처럼 늘고 있지 않는데다 관련 상품출시도 더디다.
 
업계는 고정금리 대출의 선결과제인 조달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대출상품 선택은
고객의 몫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출구조가 갖고 있는 위험 및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정금리 대출 증가 '미미'..업계 "선택은 고객 몫, 어쩔수 없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11.7%였다.
 
전달보다 0.3%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변동금리대출 비중 88.3%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잔액기준으로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7.3%로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92.7%)이 절대적이다.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 30%를 맞출 것을 주문했지만 이 같은 속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분위기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려면 소비자 스스로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가 대출상품이 금리도 상당폭 낮고 대출의 중도상환과 재차입이 쉽기때문에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변동금리는 같은 시점에서 고정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이자가 낮은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들도 대책 발표 후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기는 했지만 반응을 살피는 수준이지 별다른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한 우리은행의 해당관계자는 "이전에도 고정금리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정 또는 변동 방식으로 고객들이 선택을 하다보니 고정금리보다 비교적 낮은 변동 금리에 선택이 집중됐다"며 "당국에서 가계부채 문제로 고정금리를 늘리라고 권유하는 상태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고정금리 상품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하나은행은 계속 '검토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찾는 고객들이 더 많고 장기적인 금리 기준을 설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기 때문에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출구조 위험요인 소비자에게 '전가'
 
하지만 대출이 갖는 위험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은행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95%는 변동금리로 미국과 독일이 10%대임을 고려해도 비정상적이다. 금리가 바뀌는 주기도 평균 3개월로 미국(1년), 일본(6개월 이상)보다 훨씬 짧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중 95%는 변동금리 대출이고, 금리 변동주기 또한 지나치게 짧아 금리 상승시기에 차입자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이 여러가지 위험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와 차입자간의 적절한 위험 및 비용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켰던 미국 금융권에서도 변동금리, 거치식, 일시상환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포함하는 대출을 가장 악질로 꼽는다"면서 "우리는 이 비중이 가장 높은데 사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상품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통상 대출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고정금리로 올 수 있는 손해를 방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 고정금리로 가져가게 되면 향후 시장금리가 고정금리를 웃돌 경우 금리차 만큼 은행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동금리의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을 차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때문에 은행으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재연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도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차입자 보호를 위해 금리 변동 주기가 3~5년인 상품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회사가 금리 위험을 보다 많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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