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하락과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전세계 증시의 폭락 등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전세계는 위기의 강도와 깊이, 그리고 기간을 가늠하지 못한 채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위기의 원인과 실체는 무엇인지, 앞으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어떤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 전문가들의 두편의 글을 통해 진단해본다. [편집자]
①글로벌 경제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

세계의 안전자산, 미국이 무너졌다.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예견했다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아무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세계가 공황 상태로 빠져들었다. 주가 폭락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을 넘어 이제는 프랑스가 흔들거린다. 그리고 다음은 영국일 수도 있고 일본일 수도 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사태의 원인은 멀게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가 고도성장을 하는데 물가는 너무나 안정된 시기, 즉 '골디락스'였다. 경제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시기다.
고성장은 고물가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법인데. 이 현상에 대해서 그린스펀은 IT투자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해서 ‘신경제'(New Economy)라고 불렀지만, 실상은 중국에 의한 세계 재화가격 왜곡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소비재는 중국이 수출한 저물가 때문에 꼼짝 못하는 사이, 경제성장으로 시중에 풀려나간 통화가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몰려들면서 거품을 만들어냈다.
◇ 버블이 민간에서 정부부문으로 확대..'소방수'가 없어졌다
2008년 버블이 꺼지면서 민간 부문에 엄청난 부실이 발생했다. 대공황도 이겨낸 세계 최고의 거목 GM 마저도 100살의 나이는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서브프라임이라고 하는 태풍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민간 부문의 막대한 부실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것도 국가간 공조를 통해서 계획적으로 개입했다. 물론 이번 한번이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와 9.11테러로 인한 경제 위기에도 전 세계가 공조하여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려냈다. 그 결과는? 민간 부실의 정부 이전이다. 정부는 시장의 라스트 리조트(last resort)다. 그런 최후의 버팀목이 부실화된 것이다.
동네 상가 불이 소방서로 옮겨 붙었으니, 이제 불을 끌 수 있는 주체가 없어졌다. 미국 국가 부채비율이 GDP대비 100%를 넘어섰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라는 것이 공화당과 신용평가사들의 주문이고 보면 미국은 더 이상 재정 정책을 구사할 여력이 없다.
통화 측면에서도 이미 제로 금리인 상황이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 물론 은행 예치금에 세금을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 이야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양적 완화라는 카드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마지막 카드라는 점도 문제이고, 더구나 경기 부양 효과도 거의 없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신용 창조 과정을 거쳐서 경기를 살려내는 것이 통화 정책의 핵심인데, 지금 시장에서는 신용이 붕괴되어 있어서 신용 창조가 일어날 수가 없다.
◇ 美·日·유럽 등 거목들 모두 부실화...남은 건 G20뿐
일본은 말할 나위도 없다. 1990년 이후 ‘잃어버린 10년’과, 그뒤의 ‘이름 없는 10년’을 겪는 동안 국가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고, 금리는 미국보다 먼저 ‘제로 금리’ 상태로 들어갔다. 자기 한몸 살기도 바쁜데 그나마 경제를 버텨주던 수출마저도 엔화 강세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잘나가던 가전제품 수출을 포기했다고 할 정도다.
유럽은 어설픈 통화통합이 가져온 시스템의 실패이다. 유럽 여러나라에서 경상 및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모라토리움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환율이 반응을 하지 못하다보니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통합되지 않은 여러나라가 단일 화폐 ‘유로’를 사용하다보니 개별 국가별 경제 상황이 화폐가치에 반영되지 않고 평균적 경제 상황만 반영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말하자면 그리스의 유로(구 드라크마)는 절하되어야 하고, 독일의 유로(마르크)는 절상되어야 하는데 유로는 다 같은 유로이기 때문에 평균을 내서 절상도 절하도 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독일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그리스는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점이 노정된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유럽 경기가 조기에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기대해볼만한 것은 G20뿐이다. 물론 G7은 제외이다. 아직 재정 여력이 남아있는 한국, 중국 등의 신흥국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실제로 이들 신흥국들은 2008년 위기 상황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진국들이 그것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는데, 또 다시?’라고 반문하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 경기침체로 앞으로 더 길고 어렵게..희망은 韓기업 '경쟁력'
이번 위기는 결국 경기 침체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공황이 될지, 더블딥이 될지, 아니면 좀 어려운 수준 정도에 그칠지 그 수준을 점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두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는 어려워진다는 것과 그 어려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외 교역 규모가 국가 GDP에 육박할 정도로 대외 의존적인 경제이다. 대외 의존도는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더 커졌다. 반대로 내수는 꿈틀거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수가 워낙 약하고 침체되어 있다 보니 외부 충격이 가감 없이 그대로 국내 경제로 파급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외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은 유사 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평가된다. 가격 대비 품질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품질의 절대적 수준에서도 일본에 뒤지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주변 경쟁국보다는 덜 어렵게 이번 위기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고 보아야 한다. 2차 오일쇼크가 끝나면서 일본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등극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그 영예를 얻게될 것 같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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