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매긴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K가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도, 멕시코 등 현지 공장의 관세 부담이 낮아졌지만, 중국 역시 관세 부담을 덜어 공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 관세 등 대체 관세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어 업계는 향후 정책 방향을 예의 주시하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에서 경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체들은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 후 수출 동향과 생산 전략 등을 재점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효화된 기존 관세를 만회하기 위한 대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상황입니다.
이번 판결로 멕시코, 베트남, 인도 관세율은 각각 25%, 20%, 18%에서 15%로 낮아져 해당 국가들에 생산 거점을 둔 K가전은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케레타로, LG전자는 레이노사·몬테레이 공장에서 TV와 생활가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삼성전자는 첸나이, LG전자는 노이다·푸네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베트남은 LG전자는 하이퐁, 삼성전자는 호치민 등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체들은 다양한 해외 거점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판결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IEEPA에 근거한 펜타닐 관세 10% 등을 면제받은 만큼, 가격 공세를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저가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TV의 경우 중국의 물량 공세는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TCL과 하이센스는 합산 점유율 25%를 기록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합산 점유율 24%를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가전의 주요 부품인 철강 파생상품의 부담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의 경우, 가전에 들어간 철강에 대해 50% 품목 관세를 내야 합니다.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은 원재료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관세 영향이 큽니다.
특히 업계와 전문가들은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지금 상태에서 기업들이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향후 관세 관련 조치가 일정 수준 조정됐다고 느낀다면, 기업별로 투자 전략과 제품 생산, 마케팅 등 전략 실행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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