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학력차별을 '공정'하다고 보는 지경부
2011-08-03 14:09:27 2011-08-03 15:20:11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학력·학벌 차별로 인한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력·학벌 차별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병폐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력별 임금 격차는 고졸을 100으로 할 때 전문대졸 106.3, 대졸 154.4로 나타났다.
 
이들의 임금격차는 10년전에 비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태며 승진에도 엄연히 차별이 존재한다.
 
기업에서 학력·학벌을 이유로 공공연히 벌어지는 임금과 승진의 차별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은 물론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학력·학벌 사회는 부의 대물림이 용인되면서 사회적 불만도가 높아진다. 불만과 스트레스가 커지면 사회는 불안해진다.
 
학력차별은 결국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202개 대학에 245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들은 매년 1인당 사립대생은 800만~1000만원, 국공립대 학생도 수백만원의 비싼 등록금을 내느라 천문학적 돈을 쓰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차별을 피하고 보겠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고학력 실업자의 인플레 현상은 청년 취업률 20% 수준의 빈사상태로 이르렀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와 겨우 충당하는 실정이다.
 
국내법 중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이 있지만 차별금지에 대한 이행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선언적인 성격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최근 정치권에서도 학력차별에 대한 금지를 법적으로 규정하자는 '학력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어 왔다.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도 이달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 법은 학력차별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2년이하 징역,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성을 담고 있다. 
 
공공의 복리를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할 정부 부처가 이처럼 공공의 복리를 크게 해치는 학력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산업정책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가 최근 '학력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경부의 의견서를 보면 이 법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기업의 경영자율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쓰여있다.  지경부는 학력차별이 성과 연령, 장애인 등 차별과 달리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있어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학력에 의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학력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특히 법으로 학력차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며 법으로 제정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경부가 이런 반대는 상식과도 거리가 멀고 시대착오적이다.  기업이 학력·학별을 차별해 가며 임금을 주고 승진을 시키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또 이런 행태를 그대로 두는 것이 기업경영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인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학력·학벌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조치인가?  
 
지금까지 주로 대기업들은 학력차별을 한다고 해서 법적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에 반대하는 총력전을 펴왔다. 지식경제부의 학력차별금지 반대는 국민 전체의 복리보다는 대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정부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다.
  
정부 스스로 외친 '공정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제도로써 자리를 잡으려면 기업과 이를 돌보는 정부부처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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